'진이'의 가수 하이디 "트로트 맛 살릴 때까지 기다렸죠"

입력 2017-01-09 16:23  

'진이'의 가수 하이디 "트로트 맛 살릴 때까지 기다렸죠"

18년 만의 신곡은 트로트…"딸 엑소 티켓 구하려면 열심히 활동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진이~ 너 없는 동안에 난 한 번도 널 잊은 적 없고/ 오 진이 넌 모를 거야 너 외엔 다른 사람 없다는 걸~'('진이')

1990년대를 강타한 댄스곡 '진이'는 가수 하이디(본명 이혜영·43)의 대표곡이다. 1996년 출시된 하이디의 정규 2집 타이틀곡으로 쉬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이디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싱글 '솔직히 말해주세요'를 최근 발표했다.

가수 홍수철의 곡을 리메이크한 '철없던 사랑'을 2013년 발표했지만, 신곡은 1999년 정규 3집 '에볼루션'(Evolution) 이후 18년 만이다.

하이디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트로트는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진 장르였지만 맛을 살리기 어려웠다"며 "마음을 담아서 부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음악을 시작하면서 댄스,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시도해봤어요. 하지만 마음이 안 움직이더라고요.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에서 선배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불러 보니 비로소 흥이 나더군요."

'솔직히 말해주세요'는 스카 리듬에 쉽고 경쾌한 멜로디가 어우러진 곡이다.

그의 정규 3집 프로듀싱을 맡았던 정원재가 작사·작곡·편곡했으며 변함없이 하이디의 시원한 가창력이 돋보인다.

1990년대 중후반을 주름잡은 그는 2000년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3집 이후 기획사 문제가 있었고 4집을 녹음하던 중 성대결절이 와 결국 발표하지 못했다.

이후 2001년 결혼하면서 가정에 전념한 그는 현재 남편의 직장이 있는 경북 포항에 살고 있으며 중학교 2학년인 딸 하나를 뒀다.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백이 길어졌다"며 "'다시 안 해야지'가 아니라 쉬고 싶었고 주부와 엄마로서 역할도 잘 해내고 싶었다. 무대가 그리워질까 봐 쇼 프로그램도 잘 안 봤다. 그래서 2000년대 노래를 잘 모른다"고 웃었다.

그가 다시 주목받은 건 지난해 1월 추억의 노래를 소환하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 출연하면서다.

"활동을 접은 뒤 그때 가장 주목받은 것 같아요. 화제가 됐으니 신곡을 내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새 곡으로 활동하기에 준비가 안 돼 있었죠. 다들 아쉬워했지만 옛날처럼 급하게 해서 금방 사라지고 싶지 않았어요.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고 생각했죠."

남편과 딸은 '혼자 사는 것처럼 자유롭게 활동하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한다.

그는 "가족이 내가 무대를 그리워한 걸 아니 무척 좋아한다"며 "딸이 엑소 팬인데 공연 티켓을 못 구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곤 했다. 엑소 티켓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웃었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그가 가수가 된 건 노력 끝에 얻은 결실이었다. 요즘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던 시절이 아니니 고3 때 서울에 있는 기획사 주소를 적어 무작정 상경했다고 한다.

그는 "가수 외에는 다른 꿈이 없었다"며 "노래하고 싶은데 지방에서 기회가 없어 오디션을 봐야 했다. 기획사들의 주소를 모르면 부동산에 들어가 물어보면서 어렵게 오디션을 봤고 데뷔한 기획사와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발표한 '진이'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0위권에 든 게 전부였지만 불법 테이프를 팔던 길거리 리어카에서 지겹게 울려 퍼지며 '길보드 차트'를 주름잡았다.

"노래의 힘 덕에 자생적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노래방에서 불리고 클럽에서 틀었으니 구전 가요나 다름없죠. 가수 이름보다 노래 제목이 더 유명했고요. 당시 SBS '인기가요'에서 10위에 오르고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에도 몇 번 출연했는데 지방에선 안 나오니 저도 체감을 못 했어요."

2013년 리메이크곡으로 워밍업을 한 그는 "가수란 직업이 다시 활동하려면 정신적인 무장이 필요하더라"며 "이때부터는 간간이 지방 행사가 들어오면 무대에 올랐는데 엉망이었다. 무대 공포증은 예나 지금이나 있지만 긴장감에 익숙해지는 데 몇 년이 걸렸고 비로소 신곡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평소 좋아하던 선배 트로트 가수들과 듀엣도 해보고 싶다며 새 장르에 도전하는 만큼 초심으로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마음의 벽은 없다. 할 수 없는 건 아이돌뿐"이라고 시원스레 웃으며 "하이디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대표곡을 만든 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몇 년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열심히 했다며 "음원이 나오자 반기며 응원해준 SNS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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