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출산부터 육아 전 과정을 페이스북에 중계하는 시대다. 막 태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기,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힘들지만 그래도 댓글은 달아주는 게 타인의 행복에 대한 예의다. '축하해.'
그런데 대학 동기인 아기 엄마 답글이 부아를 돋운다. '너도 축하만 하지 말고 빨리 결혼해서 네 아기 낳아야지. 정말 귀여워.' 그러니까 취업에 이은 결혼→출산→육아라는 행복의 조건을 강요하는 건 부모 잔소리나 정부의 가임기 여성지도 따위만은 아니다.
에세이스트 사카이 준코(51·酒井順子)가 신간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에서 전하는 일본의 SNS 풍경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SNS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냉소한다. 안정적 독신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마저 "행복한 사람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불완전한 여성이라는 생각은 도처에 뿌리깊다. 일본 신문들은 2014년 9월 아베 내각에 임용된 여성 각료 5명을 소개하며 남성과 달리 자녀관계를 일일이 기록했다. 집권 자민당 여성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아기를 낳는다.
유능한 여성이라면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자녀 양육 경험까지 쌓아야 한다는 거다. 독신으로 세상을 떠나면 가문 묘소에 안장하지 않는 집안도 있다.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육아 블로그가 인기다.
'여자는 집에서 아이나 키우는 사람'이라는 고릿적 사고방식이 일본 사회의 우경화 바람을 타고 부활하는 중이다. 남녀 임금격차를 벌려 여성들이 집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낮은 출산율의 반작용으로 아이를 귀중품이나 액세서리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바닥을 치고 살짝 오르는 추세다.
저자는 여성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데 결혼보다 아이가 있는지가 더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40대에 이르러 깨달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아이가 없는 독신 여성'은 사회에서 완전한 패배자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타입'이라는 저자처럼 육아가 적성에 안 맞거나, 시끄럽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아이 갖기를 스스로 거부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겪는 설움을 하나하나 담담하게 풀어놓고 또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이를 기준으로 남의 행복을 재단하지는 말라. 저자는 막판에 가서 자식 자랑에 몰두하는 이들에게 반격을 날린다.
"시간을 들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아이 없는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착지점에 우리는 이르렀습니다 (…) 그러나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결국 그 인생이 좋았다고 스스로 믿도록 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육아를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게 아닐까요."
아르테. 민경욱 옮김. 220쪽. 1만5천원.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