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신고와 신속 대처로 행랑채 일부만 불에 타 '아찔'
(강릉=연합뉴스) 유형재·이재현 기자 =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된 중요민속문화재 강릉 '선교장'이 자칫 화마에 소실될 뻔했다.
10일 불이 난 곳은 선교장 건물 26동 중 본채 건물 입구 쪽 끝 부분에 있는 외별당 행랑채다.
행랑채는 2001년에 복원된 목조 건물로 내부 34㎡ 가운데 20㎡를 태워 그나마 큰 피해가 없었다.
피해액은 2천100여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날 불은 오전 4시 43분에 신고됐다.
선교장 이강백 관장의 아내 홍모(66) 씨가 행랑채 쪽에서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보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홍 씨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는데 천장 쪽에서 '타닥'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행랑채에서 연기가 피어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5분여만인 오전 4시 48분께 화재 현장에 도착해 100여 명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어 화재 신고 후 14분 뒤인 오전 5시 2분께 전 직원 비상소집에 이어 22분 만에 초동 진화에 성공했다.
화재 당시 강릉지역에는 다행히 강한 바람은 불지 않았다.
자칫 119 신고가 늦고 강풍이 불어 인근 목조 건물로 번지거나 열화당이나 본채에서 불이 났다면 돌이킬 수 없는 문화재 손실로 이어질 뻔했다.
이번에 불이 난 외별당 행랑채는 선교장의 대표이자 상징 건물인 활래정이나 열화당이 있는 본채와는 다소 떨어진 곳이다.
선교장은 본채는 안채 주옥과 열화당, 행랑채, 동별당, 서별당, 활래정 등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1703년에 건립한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상류 주택으로 20세기 한국 최고의 전통가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원형이 잘 보전돼 있어 1967년 4월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제5호로 지정된 곳이다.
그만큼 중요한 문화재이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평소 화재 사고에 대비해 매월 1회 이상 예방 순찰과 소방 훈련을 한다.
분기별 1회 이상 합동 소방 훈련과 관계자 교육은 물론 가스, 전기 등 유관 기관에서 수시로 합동 점검을 벌인다.
선교장 자체에서도 평소 교육·훈련을 시행한다.
강릉시도 '문화재 화재예방협의회'를 구성·운영해 문화재를 보호한다.
지자체마다 구성·운영되는 협의회는 2005년 4월에 발생한 낙산사 화재가 계기가 됐다.
당시 식목일인 5일 양양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거의 전소했다.
이 불로 낙산사 건물 20여 채 가운데 대웅전, 보타전, 원통보전(圓通寶殿)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원장(垣墻.시도유형문화재 34호), 홍예문(虹霓門.시도유형문화재 33호), 요사채 등 목조 건물이 불에 탔다.
특히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마저 화마에 녹아내리는 등 엄청난 문화재 손실을 가져왔다.
이번에 불이 난 선교장 행랑채는 관장 가족이 가끔 내려와 사용하던 곳으로, 냉장고 등 전기 관련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선교장 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외부 침입이 없고 천장에서 연기가 피어났다는 신고로 미뤄 전기적 요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화인 조사를 위해 국과수 등과 합동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강릉시는 문화재 긴급 보수 사업을 신청해 전액 국비로 복구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복구 예상액은 2억원으로 추산된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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