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궂으면 허리 쑤신다고?…"통증과 날씨는 무관"

입력 2017-01-10 22:00  

날이 궂으면 허리 쑤신다고?…"통증과 날씨는 무관"

호주 연구진, 환자 증상과 날씨 정보 비교분석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비가 오려나? 에미야, 빨래 걷어라"라는 TV광고가 오래 전에 방영된 적이 있다. 날씨가 궂으면 만성 요통이나 관절염 환자는 허리와 무릎 통증이 심해진다는 통념을 반영한 광고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통증은 날씨 탓이 아니라는 것이 호주 조지 글로벌 헬스 연구소(The George Institute for Global Health) 소속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요통(lower back pain) 환자 981명과 무릎골관절염(knee arthritis) 환자 345명의 증상과 호주 기상국의 날씨 정보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날씨 데이터로는 온도, 습도, 기압, 풍향, 풍속, 강수량 등을 사용했으며, 일평균 기온은 최저 섭씨 5.4도, 최고 섭씨 32.8도였다.

연구팀은 환자가 처음 통증을 인식한 시기를 기록하고, 통증 시작 1주 전과 1개월 전의 날씨를 대조 지표로 삼아 통증 시작 당시의 날씨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요통은 날씨 변수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방식에 따라 온도가 높아지면 요통 확률이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일부 있긴 했으나, 임상적으로 중요한 수준은 아니었다.

조지 연구소의 크리스 마어 교수는 "통증과 궂은 날씨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믿음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이미 지니고 있는 견해를 확증해 주는 사건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암시에 약하기 때문에 춥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통증이 있음을 기억하지만, 증상이 있으면서도 날씨가 온화하고 화창한 날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지 연구소는 예전에 요통에 대해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아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요통 환자들은 "허리 쑤시는 증상과 날씨는 분명히 관련이 있다"며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이 연구소는 이번 새 연구를 통해 예전 연구가 옳았다는 보강 증거를 내놨다.

논문의 요통 부분 연구 책임자인 마어 교수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진다고 사람들이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에, 요통과 골관절염을 둘 다 가진 환자들의 데이터에 근거해 새로운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러나 결론은 거의 정확히 똑같았으며, 통증과 날씨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요통 환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며, 60세가 넘는 남성의 10%와 여성의 18%가 골관절염 환자다.

논문의 골관절염 부분 연구책임자 마누엘라 페레이라 부교수는 "요통이나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날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증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통증을 관리하고 방지하는 데 관해 여러분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의 요통 부분은 지난달 15일 '통증의학'(Pain Medicine)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골관절염 부분은 '골관절염과 연골'(Osteoarthritis and Cartilage)에 게재가 확정됐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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