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범죄엔 무관용" "지주회사 요건 강화해 기업승계 악용 방지"
"국민연금 주주권 적극 행사…삼성물산 합병사태 막아야"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법 포함…금산분리 강화 방안도 포함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0일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 적폐를 청산해야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다"면서 "재벌 가운데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이 구상한 재벌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 1이다. 범(凡)삼성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한다. 범 4대 재벌로 넓히면 무려 3분의 2가 된다"며 "반면 중견재벌의 경우 경영이 어려운 곳도 있다. 재벌도 양극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는 재벌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는 꼭 실현 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한다"며 4대 그룹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집행유예를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잇도록 하겠다.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재용 방지법'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으로 준조세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2015년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천억원이었다"며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 등을 도입하고 노동자 추친 이사제를 도입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겠다"고 말해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소액주주들이 재벌총수와 맞설 수 있게 하겠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고 했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중소기업청 등이 참여하는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시키겠다"며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 계열사간 자본출자도 규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기업에 쌓여있는 700조원 상당의 사내유보금을 중소기업과 가계로 흐르게 하고, 재벌의 갑질 횡포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가습기 살균제 처럼 소비자가 피해를 당할 경우 강력히 보호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이야말로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위기가 기회다. 이번에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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