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회사원 A(33·여) 씨는 술자리 약속이 잡히면 걱정부터 든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평소 식이조절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술만 먹으면 '안주발'을 세우기 때문이다.
며칠 전 술자리만 해도 조금만 먹자는 생각으로 갔지만, 역시 이성을 잃고 치킨 한 마리를 해치운 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와 후회 속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최근 A 씨처럼 술을 마시고 과식하는 것은 A 씨의 '의지 탓'이 아닌 '술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킹스칼리지런던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쥐 실험결과 술이 과식을 부르는 '스위치'임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진은 쥐에게 3일은 저녁마다 알코올을 주사하고 3일은 그냥 두는, 이른바 '주말 폭음 실험'을 반복한 결과 쥐가 알코올을 맞았을 때 먹이를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컷 쥐의 경우 평소 먹는 양의 20%, 수컷 쥐는 15% 정도 섭취량이 증가한 것이다.
연구진은 쥐의 식욕이 늘어난 원인을 쥐의 뇌에서 찾았다. 알코올 주사를 맞은 쥐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먹는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인 'AgRP 뉴런'이 활성화됐다. 이 뉴런은 쥐나 사람이 굶었을 때 활성화돼 심각한 허기를 유발하고, 먹이나 음식을 찾도록 명령한다.
흔히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식욕 신호가 억제된다고 알려졌지만, 술은 오히려 식탐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간 술이 어떻게 과식 행동을 유발하는지 정확한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관점을 찾았다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0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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