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새 60%↑, 한 알 370원…"계란 사용하면 다른 반찬 못 올려"
청주시 당분간 계란 지원 중단…충북교육청 "식단 조정 불가피"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아이들이 먹는 학교 식단에서 계란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학교 급식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인한 '계란 대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계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급식 기본 반찬으로 제공됐던 계란찜이나 계란말이, 계란 장조림 등이 자취를 감출 처지가 됐다.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오는 3월의 학교별 급식 메뉴를 내달 초 정해야 하는데 '금란'(金卵)이 된 계란 탓에 각급 학교나 지역 사정에 따라 친환경 급식을 지원하는 몇몇 시·군이 계란을 계속 구매하다가는 급식 단가를 맞출 수 없다며 고민하고 있다.
청주시 등 일부 시·군은 이미 신학기 급식 재료에서 계란을 빼기로 잠정 결론지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30개들이 계란 특란 중품의 평균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9천367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이 1만1천원으로 가장 비싸고 그나마 가장 저렴한 포항도 7천690원에 달한다. 전국 대부분 지역 계란값 역시 9천∼1만원이다.
AI가 터진 작년 11월 16일 평균 가격이 5천678원이었는데, 두 달도 채 안 돼 무려 61%(3천464원) 오르면서 초·중·고교는 급식 메뉴에서 계란을 다른 반찬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 됐다.
청주시는 11일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단가 결정위원회를 연다. 시내 261개 초·중·고교와 공립 유치원 급식에 제공될 쌀과 농산물, 축산물 등 150여개 친환경 품목의 구매 단가가 정해진다.
그러나 이 위원회에 참석할 3개 축산물 유통업체는 이미 친환경 계란을 납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납품 단가를 섣불리 정할 수 없고 품귀 현상마저 빚는 계란을 계약량만큼 확보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금치나 파 등 야채는 폭염 등 일시적인 기후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해도 일정 기간만 견디면 안정되지만 계란은 언제 적정 가격을 유지하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납품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청주시에 전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연간 3∼4차례 공급단가 결정위원회가 열리는 것을 고려해 이번에는 친환경 계란을 납품받지 않고 향후 계란 가격 추이를 지켜보면서 납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30개들이 친환경 계란 한판을 6천500원에 납품받았으나 올해는 AI 여파로 납품 자체가 곤란하다는 업체 사정이 이해가 된다"며 "불가피하게 당분간은 학교 급식 품목에서 계란을 뺐다"고 말했다.
친환경 계란 확보가 어렵더라도 학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계란을 자체적으로 구매, 급식에 제공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충북지역 초등학교의 한 끼 급식비 평균 단가는 3천824원이다. 친환경이 아닌 일반 계란 한 판 가격을 1만1천원으로 계산한다면 한 알당 370원꼴인데, 급식비의 10분의 1이나 된다. 계란 사용을 고집하다가는 훨씬 더 부실한 식단을 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급 학교 역시 AI 사태가 터지기 전보다 가격이 배 이상 오른 계란을 구매하는데 망설이고 있다.
충북도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계란 구매 여부는 전적으로 학교장 재량"이라면서도 "가격 안정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학생들에게 제공될 식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식 식단에 계란을 포함한 것은 학생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자는 취지라서 고기류 등 대체재 구매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가 구매하려 해도 축산물 유통업체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계란을 정해진 단가에 납품하기를 꺼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래저래 당분간 급식 식단에서 계란을 구경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AI 사태 전까지는 가격이 저렴하고 영양도 풍부해 급식 식단에 넣기 좋은 대표 품목이 계란이었는데 지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며 "정부가 계란 수입 지원을 결정한 만큼 가격이 안정되는 추이를 지켜보며 납품 계약을 맺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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