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충남 13개 시·군에 공업·농업용수 '가뭄 주의보'
(전국종합=연합뉴스) 조성민 최종호 기자 = "겨울에 이처럼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보통 그해 봄이랑 여름에도 비가 적게 오던데 큰일이네요"
지난 10일 경기도 오산시 원동 원리저수지를 바라보던 주민 이용식(69) 씨가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씨의 근심 어린 눈길은 저수지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에 닿았다. 구조물 다리에는 물때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뚜렷했고 저수지 물은 이보다 1m가량 아래에서 찰랑거렸다.
이씨는 "이곳에서 8년 동안 밭농사를 지었는데 겨울에 이렇게 가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수지 물이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계속 이러면 밭에 물 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년보다 눈이나 비가 적게 내리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기·충남·전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 가뭄'이 우려된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9일 발표한 Ƈ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오산시는 최근 6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의 가뭄 예·경보는 기상 가뭄, 생활 및 공업용수 가뭄, 농업용수 가뭄으로 구분되며 기상 가뭄은 최근 강수량이 평년의 60% 미만일 경우 '주의', 평년의 40% 미만일 경우 '심함' 단계로 나뉘는데 심함 단계가 내려진 지역은 오산시가 유일하다.
주의 단계가 내려진 지역은 인근 안성시를 비롯해 전국 23개 시·군에 달한다.
각 지역의 수원(水源)에 해당하는 댐이나 저수지의 저수율을 토대로 한 생활 및 공업용수 가뭄과 농업용수 가뭄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많다.
생활 및 공업용수 부문 주의 단계에 해당하는 지역은 보령댐을 수원으로 하는 보령·서산·당진·서천·청양·홍성·예산·태안 등 충남 서북권 8개 시·군이다.
서산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 등은 아직 공업용수 확보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지만, 국민안전처는 이들 지역의 생활 및 공업용수 가뭄 상황이 향후 3개월 심함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평림댐을 수원으로 하는 담양·함평·장성·영광 등 전남 4개 시·군에서도 주의 단계의 생활 및 공업용수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농업용수 상황을 보면 안성·보령·서산·홍성·예산 등 경기·충남의 5개 시·군이 주의 단계로 영농기 물 부족이 우려된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안성시 19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47.1%로 전년 66.0%, 평년 88.7%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령시와 홍성군, 예산군도 각각 49.7%, 45.7%, 52.0%에 불과했다.
특히 안성시 등 일부 지역은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로 큰 피해를 본 데 이어 물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AI에 겨울 가뭄까지 엎친 데 덮쳐서 난리"라며 "특별팀(TF)을 꾸려 관정 개발 등 대비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저수율이 평년 대비 70% 이하면 '우려', 50% 이하면 '심각' 단계로 보는데 경기·충남 일부 지역은 심각 단계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간이양수기, 송수관로 설치 등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측은 "최근 3개월 전국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아 전국적인 기상 가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분간 생활 및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들에 대해서는 댐·저수지 물 비축, 용수원 개발 등을 통해 장기 가뭄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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