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서태평양 양방향서 日 직공 의도…韓 사드 압박 노림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군용기들이 돌연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대거 기습 침범하며 동해로 진출한 의도는 무엇일까.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으로 미국, 일본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무력시위의 일환이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불만을 표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쓰시마(對馬)해협을 따라 동해로 진입한 중국 편대의 구성은 중국 해군 항공병 소속의 훙(轟·H)-6 폭격기 6대와 윈(運·Y)-8 조기경보기 1대, 윈-9 정찰기 1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국 군용기가 이어도 인근 상공을 벗어난 뒤에는 KADIZ를 침범하지 않고 일본 방공식별구역 쪽으로 비행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무게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월에도 중국 군용기들의 동해 상공 진출이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군의 지속적인 동해 진출은 일본을 겨냥한 전략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는 폭격기가 6대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일본을 전략적 타격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는 종심(縱深·Depth)이라는 군사적 개념이 등장한다. 종심이란 전방에서 후방에 이르는 공간, 시간 및 자원상의 작전 범위를 말한다.
중국의 전략분석가들은 일본이 국토 지형상으로 중국 대륙을 포위하듯 길게 에워싸고 있어 지정학적 우세를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일본의 약한 고리가 '종심'의 협소함에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일본이 남북으로는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에 이르는 3천㎞의 긴 국토 범위를 갖고 있지만 방향을 바꿔 동서로 보면 칠레처럼 가느다란 지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본섬인 혼슈(本州)에서도 가장 두터운 곳이 300㎞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거 냉전 시기 일본이 옛 소련 공군과 미사일의 위협을 두려워했던 이유도 본토의 종심이 얕은 까닭에 후방 배후가 취약해 소련 극동군으로부터 직접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국 본토만큼은 직접적인 국제분쟁 대상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전략 유도'의 사고를 갖고 있다고 인민일보 해외판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가 전했다.
일본이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중일 양국간 분쟁 이슈를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부근의 동중국해나 남중국해로 한정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본토 주변으로 시선이 돌려지는 것을 극력 피하고 있는데 이번 중국 군용기의 동해 진입은 이 같은 일본의 취약점을 노렸다는 게 협객도의 분석이다.
얕은 종심을 갖고 있는 일본 본토를 중국이 서태평양과 동해 양방향에서 협공할 수 있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공군기들의 제1열도선 통과가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공군 폭격기와 전투기 편대는 여러차례 미야코(宮古) 해협 등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제1열도선은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으로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중국은 사실상 제1열도선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자국 해공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상시화하고 해양 군사전략을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작년말 중국 폭격기와 항공모함의 서태평양 훈련도 표면적으로는 대만을 에워싸는 듯한 모양새지만 미야코해협을 넘은 중국의 해공군력이 남서쪽이 아닌 북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머지 않은 곳에 일본 본토가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훙-6 폭격기가 순항거리 2천㎞의 장젠(長劍)-20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본토는 서태평양에서 모두 중국 미사일의 타격 범위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중국 군용기가 작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동해로 진입한 것도 중국군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취할 수 있는 대(對) 일본 타격능력을 은연중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공군력 외에도 해군 함정들을 동원해 동해와 서태평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중국 군용기의 출현에 앞서 중국 해군의 호위함 3척이 지난 5일 쓰루가해협을 통과해 북서태평양에서 동해로 진입해 들어왔고 중국 항모 랴오닝(遼寧)호 편대도 미야코해협을 지나 서태평양에서 남중국해로 나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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