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권능력 가늠할 척도…적극적 투표층으로 부상한 청년잡기 경쟁
일자리 정책 놓고 양보없는 승부 예고…'조세전쟁' 뜨거울 듯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광빈 기자 =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는 흐름 속에서 여야의 각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경제문제를 최대 이슈로 띄우기 시작했다.
어느 대선이나 '먹고사는 문제'가 표심에 큰 영향을 끼쳐왔지만, '한국경제 위기론'이 제기되고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치러지는 올해 대선에서는 경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불거져 나오는 경제공약의 핵심은 바로 경제민주화다.
재벌을 제대로 개혁하고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그만큼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 속에서 거리로 달려 나온 '촛불민심'의 저변에는 이 같은 '시스템 개혁'을 열망하는 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각 주자는 경기침체의 짙어진 그늘과 일자리 문제 역시 결국 공정한 시장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진단 아래 저마다의 해법을 서서히 풀어놓고 있다.
이미 주요 대선주자들은 설 연휴 전후로 대선 캠프를 가동하면서 2월부터 '싱크탱크'를 통해 가다듬어온 경제공약들을 본격적으로 발표할 전망이다. 경제공약은 그 성격상 시장 참가자들에 미치는 영향과 재원조달 등의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뜨거운 갑론을박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대선주자들이 제기한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 등의 복지정책은 재원조달 및 내수시장 활성화, 일자리 문제 등 경제정책과 연계되기 때문에 경제정책에 대한 논란은 이전 대선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野 주자들, 재벌개혁 한목소리…바른정당도 가세 =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이에 대한 특검 조사와 국정조사 특위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정경유착의 문제는 국민의 눈이 더욱 매섭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가치에 뿌리를 둔 바른정당까지도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세울 정도다.
대선주자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정경유착의 근절과 대·중소기업 상생, 불법·편법으로 이뤄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해 바짝 날을 세우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의 포럼에서 4대 재벌에 대한 개혁의지를 나타냈다.
문 전 대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촛불 정국'에서 재벌을 타깃으로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서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강자 횡포 규제를 안 해온 만큼 수정 자본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그 핵심은 이른바 재벌체제의 해체와 공정경쟁 확립"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등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대량해고·구조조정, 비정규직의 병폐를 해결할 것"이라며 "지배 구조가 개혁돼야 개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재벌개혁을 검찰개혁과 함께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로 꼽으면서 기업의 민주주의 운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 역시 재벌의 그동안의 행태를 '약탈경제'로 규정하며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의 필요성 등을 누차 언급해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강화하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통해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이들 야당 후보들은 재벌의 범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주요 입법 과제로 공정거래위의 위상 강화 및 재벌총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과 소수 주주 보호 및 주주총회 활성화 등을 담은 상법 등의 개정에 나서며 대선후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분화된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서 재벌개혁을 명시하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의 조성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의지가 많이 담긴 내용이다.
새누리당도 재벌개혁 경쟁에는 깊게 발을 담그지 않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문화 등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전날 개최한 상법개정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를 초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문제는 일자리야'…청년 등 일자리 정책 최우선으로 = 대선주자들은 경기침체와 저성장 구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공약 과제로 삼고 아젠다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일자리와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대선후보들은 우선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촛불 정국'을 통해 적극적인 투표층으로 변하고 있는 20∼30대의 표심을 잡는 데 '즉효약'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들은 일자리 문제가 재원문제와도 연결되는 만큼 준비 중인 공약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법인세 인상 문제 대선 화두 예고 = 주요 경제 및 복지공약을 뒷받침하는 조세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간 조세전쟁의 단골메뉴인 법인세 인상문제를 놓고 대선후보 간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인상을 주장한 끝에 소득세에서 근로소득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 40%를 적용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양당은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 아래 경제 및 복지공약에 따른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세안을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정책을 함께해온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여전히 반대 의견이다.
바른정당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대선주자별로 문재인 전 대표는 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을 폐지하고 소득세를 조정한 뒤 법인세 인상을 마지막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시장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에 대해 법인세율을 8% 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실효세율의 역(逆)누진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우선 한 뒤 구체적인 세율 인상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유승민 의원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 유연하게 나오면서 "세금 개혁할 땐 법인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전반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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