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장애'도 28%…"의료진 보호대책 마련돼야"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38명의 희생자를 낳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환자를 직접 돌본 간호사 5명 중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이 보건의료인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남기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논문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간호에 참여한 간호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와 영향 요인'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치료에 참여했던 간호사 144명 중 32명(22.2%)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군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메르스로 '코호트 격리'(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된 3개의 상급종합병원에서 감염환자 또는 의심환자를 직접 치료한 간호사를 대상으로 2015년 10∼11월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메르스는 2015년 5월 20일에 국내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왔고, 이후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 격리 해제자 1만6천752명이 발생했다. 전체 메르스 감염자 중 39명(21%)이 병원 종사자였고, 그중 간호사가 15명(8.1%)이었다.
설문은 ▲ 과각성(외상 후 자극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상태) ▲ 회피(외상 후 생각을 둔화시키려는 노력 정도) ▲ 침습(외상 후 고통스러운 생각) ▲ 수면장애 및 정서적 마비·해리 증상 등을 묻는 22개 문항으로 이뤄졌고, 점수 구간은 최저 0점에서 최대 88점이었다.
연구팀은 기존의 의료계 기준을 적용해 22점 이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정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향'을 보이는 '부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18점 이상)에 해당한 간호사는 40명(27.8%)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란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에 노출된 후 정신적, 생리적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메르스 최일선에 있었던 간호사가 받은 스트레스는 119구급대원, 소방관, 정신과 병동 간호사가 받는 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신종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 의료진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소방관의 9.7%, 119구급대의 13.8%, 정신과 병동 간호사의 14∼17%, 응급실 간호사의 20.4%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다.
연구팀은 "중증급성호흡증후군(사스)이 보건의료인에게 미친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의료인은 사건 발생 13∼26개월 후에도 높은 수준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시간이 지나가면서 호전되기를 기대하기보다 조기에 심리적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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