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보기관 "러시아가 트럼프 섹스 비디오 등 비방자료 갖고 있다"
트럼프 "정치적 마녀사냥"…크렘린궁 "싸구려 소설, 완전 헛소리"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불리한' 자료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 정보당국이 이를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고했다고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자료가 트럼프의 사생활과 관련한 외설적인 자료라는 미확인 루머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파장이 커졌으나, 트럼프 당선인은 "가짜 뉴스"이며,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그런 자료는 없으며 완전한 헛소리"라고 반박했다.
이날 CNN 등은 최근 미 정보기관 수장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의회 지도부에게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기밀해제 보고서를 브리핑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를 첨부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2쪽 분량의 자료에는 러시아 측이 트럼프에 대해 불리하고 '음란한'(salacious) 개인 정보를 수집했다는 '미확인' 의혹이 담겨있다.
이 자료는 대선 기간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경쟁후보들과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이 트럼프에 불리한 자료를 캐내기 위해 고용한 전직 영국 정보요원 출신 인물이 만든 메모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메모엔 트럼프 당선인이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함께 찍힌 섹스비디오에 대한 언급도 있다. 이 비디오는 러시아 측이 앞으로 트럼프를 협박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법률고문이던 마이클 코언이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러시아 정부 지시로 활동하는 해커들에게 어떤 식으로 돈을 지불할지를 논의했다는 의혹도 들어있다.
그러나 해당 의혹들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해 조사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그 핵심적 세부내용에 관해 확인하지 못했다.
NYT는 이 메모에 담긴 내용이 미 정보당국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큰 폭발력이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해 정보기관이 트럼프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에 미리 알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보당국이 이같은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관련된 정보원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기밀보고서에 이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에 이 정보를 이용해 미국을 옥죌 수도 있다고 WP는 우려했다.
CNN과 NYT, WP, AP통신 등 대부분의 미국 주요 언론은 이러한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세부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가 해당 의혹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35쪽 분량의 메모 전문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미확인 정보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 '폭탄(bombshell)'에 가까울 정도로 충격적이지만, 입증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공개한 버즈피드의 결정은 언론윤리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
버즈피드는 해당 자료의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미국인들이 의혹에 대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료 전문을 게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라며 "완전히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버즈피드가 트럼프-러시아 의혹 관련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했다"는 다른 인터넷 매체의 보도를 링크로 걸기도 했다.
러 정부와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은 마이클 코언도 이날 미 언론에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이와 관련해 미국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도 트위터에서 버즈피드를 향해 "한심하다"며 가세했다. 백악관 고문 내정자인 켈리엔 콘웨이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익명의 소식통"에 근거한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지난 6일 이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트럼프 당선인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왜 좀 더 일찍 공개되지 않았는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NYT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이미 지난해 가을서부터 일부 고위급 정치인들과 언론인들 사이에 유포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캠프의 국내정치 담당 참모였던 니라 탠던 미국진보센터(CAP) 소장은 이번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취임을 열흘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이로 인해 잠재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됐으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초당적 우려를 악화시키고,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미·러관계 개선을 막으려는 이들에게비판의 소재를 던져줬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해킹 의혹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을 돕기 위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분석한 미 정보기관의 기밀해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러시아도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11일 기자들에게 "크렘린은 트럼프에 대한 비방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클린턴에 대한 비방 자료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적으로 허구이며 완전한 헛소리(난센스)로 'pulp fiction'(싸구려 소설)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지적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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