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회사 그만두고 싶어'.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다 해봤을 그 말.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였던 이나가키 에미코는 50세가 되던 해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28년간 다닌 '인지도도 있고 월급도 많은' 회사를 걸어나오며 이 말을 실천에 옮겼다.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해야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의지할 남편이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 독신여성이 무슨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 둔 걸까.
'퇴사하겠습니다'(엘리 펴냄)는 회사에 '얽매여' 살아가는 우리 시대 회사원들에게 회사의 의미와 회사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기자로서 딱히 대단한 특종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칼럼으로 인정받고 있던 저자는 어느 날 곧 닥쳐올 회사 생활의 '반환점'을 떠올리고 공포를 느낀다.
선배와 상사들의 보살핌 속에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며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이제 '출세경쟁'이라는 판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저자는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책에 담긴 일본의 '회사 사회' 모습은 우리나라와도 딱히 다르지 않다.
인사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내 할 일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내가 부장이 되지 못했을 때 그것도 동기나 후배가 부장이 되는 걸 보는 게 썩 유쾌하지 않았고 인사발표 때마다 헝클어졌던 저자의 고백이나 힘든 직장생활의 보상으로 받은 월급으로 마음껏 사고 싶은 것을 사며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 직장인들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그러나 이 책은 회사를 무조건 비난하며 퇴사를 종용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회사를 그만두면서 회사가 자신에게 더없이 좋은 '인생학교'였고 회사원이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멋진 일이었음을 통감하기도 한다.
저자는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다"면서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미형 옮김. 204쪽. 1만2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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