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6 전략핵폭격기·랴오닝함 등 수시로 원거리작전 투입
중국 해·공군 서태평양 진출 상시화 전략 일환 해석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과해 대한해협 등 한반도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중국의 '제1열도선' 돌파 의지를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열도선(도련선)이란 중국의 대미 군사방어선이자 미국의 대중 군사봉쇄선으로, 제1열도선은 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잇는 가상의 선을 말하며, 제2열도선은 일본 이즈반도-괌-사이판-인도네시아를 잇는 선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11일 "중국 군용기들이 지난 9일 KADIZ를 침범해 대한해협 인근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진입해 비행한 것은 제1열도선 돌파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수시로 원거리 작전에 투입된 것도 이런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척인 전략핵잠수함을 2020년까지 10여 척으로 늘리고 H-6 전략핵폭격기와 대함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증강하는 것도 제1열도선 돌파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군의 한 전문가도 "최근 중국은 미국이 제1·제2열도선 중간 해역에서 우세한 전력을 투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해역에서 시·공간상 제약을 가진 반접근(A2:Anti-Access)·지역거부(AD:Area Dense)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략핵잠수함, 대함탄도미사일 등과 같은 비대칭 수단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2 전략은 중국이 본토로부터 원거리에 있는 오키나와 등 미국의 전진기지나 항모강습단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 미군 전력이 서태평양 해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는 전략을 말한다. AD는 대만해협이 동·남중국해 등 중국의 연안지역에서 분쟁 때 미군 연합작전을 차단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사실상 제1열도선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자국 해·공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상시화하고 해양 군사전략을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날 발간한 국방백서'에서도 중국 해·공군의 공세적 전략 의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방백서는 "중국 해군은 근해 방어와 원양 호위형이 결합한 해상작전 형태로 전환하며, 전략적 억제와 반격, 해상 기동작전, 해상 합동작전, 종합 방어작전 능력을 향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거리 8천km 이상의 쥐랑(JL-33))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4척과 수상·수중함 870여 척을 운용하고 있고, J-15 함재기 20여 대를 탑재할 수 있는 랴오닝 항공모함을 전력화하고 수 척의 항공모함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군도 전략 조기경보, 공중 타격, 공중·미사일 방어, 공수 작전, 전략 수송, 종합지원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국방백서는 기술했다.
중국은 현재 3천여 대의 군용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고, Y-20 전략수송기를 작전 배치하고 J-20 전투기 시제기 시험비행에 이어 J-31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옛 소련의 TU-16 '뱃저'(Badger) 폭격기의 면허생산을 통해 핵폭탄 탑재형인 장거리 폭격기 H-6A, 정찰기인 H-6B, 재래식 폭탄을 탑재하는 H-6C, 공중급유기 H-6U, 순항미사일 탑재기 H-6H 등 130대가량의 H-6기종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6K 기종은 이중 가장 최신형으로 대함정 작전을 주로 수행한다.
특히 사거리 8천km에 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DF)-31A와 사거리 1만5천km에 달하는 '다탄두 각개 유도미사일'(MIRV)인 DF-5B 등 500여 기에 이르는 전략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41도 개발 중이다.
군 전문가는 "중국이 제1·2 열도선에서 군사활동을 증대할수록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한국에 전개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제3방어선(Defensive Layer)의 최종 방어선인 한반도에서 한국의 동맹인 미국의 전략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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