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함께했으면"…세월호 때 단원고 막내들 졸업식

입력 2017-01-11 14:18   수정 2017-01-11 16:54

"형이 함께했으면"…세월호 때 단원고 막내들 졸업식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든 일, 용기로 극복"

"힘든 시간도 버팀목으로 남을 것"…3학년생 411명 졸업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세월호 참사로 희생되거나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선배와의 추억, 애환을 학교에 두고 떠나는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11일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단원고 4층 강당에서 열린 졸업식은 3학년 411명과 학부모, 1∼2학년 후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졸업하는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1학년으로서 사고를 직접 겪은 마지막 재학생이다.

졸업을 앞둔 설렘으로 밝은 표정을 짓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희생된 선배들을 기리는 마음에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졸업식은 희생자에 대한 묵념, 학사보고, 상장 수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 축사, 교장 회고사 등으로 이어졌다.

송사를 맡은 2학년 대표는 세월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기쁜 일 슬픈 일 함께해 온 단원고에서의 추억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며 "헤어짐의 슬픔보다는 더 크고 밝은 세상을 향한 부푼 희망에 젖어있을 선배님들을 응원한다"고 참사를 겪은 선배들을 위로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졸업생 대표는 "정든 교정을 떠나는 오늘, 즐거웠던 학교생활들도 많이 생각나지만 우리는 재학시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든 일이 있었다"며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




이어 "그러나 친구와 선생님들은 아픔을 용기로 극복하고 힘을 합쳐 서로를 위로해 단원고가 새롭게 거듭나도록 노력했다"며 "몸은 떠나지만,마음만은 단원고와 함께할 것이며 지난 시간 소중한 순간들은 우리 기억 속에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광윤 교장 "친구들과 웃고 울며 보낸 소중했던 시간들, 배움을 쌓은 시간들, 때로는 힘들고 지루했던 시간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4·16참사. 이 모든 것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여러분에게 큰 버팀목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에 가든 자기 삶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 법을 준수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달라"며 "여러분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앞날을 축복했다.






졸업의 설렘에도 이날 마음껏 웃을 수 없는 학생들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의 동생 3명도 이날 졸업장을 받았다.

생존자 형을 둔 A군은 "참사를 겪으며 심정 변화도 많았고 혼란스러웠지만, 친구들 도움으로 이겨내 졸업하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 목숨을 건진 형은 간호사를 꿈꾸며 현재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다.

A군은 "신소재공학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됐다. 졸업하면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참사로 형을 잃은 B군은 "형이 함께한 졸업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형을 대신해 열심히 생활하겠다"며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컴퓨터보안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과 학부모들 일부는 인근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 분향하기도 했다.

gaonnu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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