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트럼프에 무역전쟁보다 법테두리내 현실적 무역정책 제공할 듯"
라이시저, 80년대 레이건행정부 때 일본, 한국 등과 통상 협상 주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곧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무역 관련 3개 기관 수장 자리가 모두 보호무역주의자들로 채워진 가운데,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내정된 로버트 라이시저에 대해 워싱턴 정가의 공화·민주 양당 모두 "그나마 안도하고 희미한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가 9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상무역 분야 거물로 평가받는 라이시저 내정자의 이력으로 보면 '기중 성인(성숙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라이시저는 30여 년 전인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산업, 농업, 투자, 무역정책 담당 USTR 부대표를 지냈다. 일본 경제가 무섭게 떠오르면서 미·일 무역경쟁이 불붙고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들과 부동산에 대한 `쇼핑'에 나섬에 따라 이른바 황화론이 미국 내에 팽배하던 때였다. 중국 경제로 인한 황화론은 그 최신판인 셈이다.
그는 당시 일본, 한국, 멕시코, 영국 등의 값싼 철강재 공세에 고전하던 미국 철강업계를 위해 이들 나라와 협상을 벌여 대미 철강수출을 "자율" 조절하는 협정을 맺었다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했다.
라이시저는 이후 미국의 막강한 법률회사인 스캐든에서 세계 각국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기업들이 제소한 반덤핑 제소 사건들을 맡아왔다. 지난 2015년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영국산 냉간압연강에 대한 반덤핑 제소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가 보호무역주의자임엔 틀림없다. 그는 공화당이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수입 관세를 통해 미국의 유치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경제 문제에 대한 진단에서 모든 것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다른 사람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실제 이력상으로도 무역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성향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설명했다.
카터 행정부와 레이건행정부에서 일했던 통상 전문가 윌리엄 크리스는 "정말 잘 된 인사"라며 "라이시저가 트럼프에게 현실적이고 적법한 범위 내의 무역정책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긍정 평가했다.
라이시저는 중국산 제품에 트럼프가 말하는 것과 같은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보다는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틀 안에서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지적 재산권 침해,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 지급, 판매세를 가장한 준 법률적인 수입 관세 부과 같은 사안들은 "공세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는 것.
"라이시저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덤핑과 환율 조작 등의 행위에 타격을 가할 방안들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낸 자레드 번스타인은 말했다.
포린 폴리시는 라이시저에 대해 "쇠망치가 아니라 수술칼"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협상과 더욱 공세적인 법적 대응을 조합해"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