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의 시대·가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까지 = 1991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문숙(59)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구체적인 장소와 경험, 책이나 예술작품 등 다양한 모티프에서 출발해 일상과 사물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본다. 그가 그리는 풍경은 독자에게 기이하거나 비극적인 체험을 안겨준다.
"종이 파쇄기가 달달거리며 종이를 파쇄한다/ 무엇을 씹어 뱉었는지 그 아래 자잘한 종이 쪼가리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 어미 고양이에서 파쇄되어 나온/ 새끼 고양이// 잠시 비 그친 밤이 면도날처럼 씹어 뱉는/ 하늘에서 파쇄되어 나오는/ 자질구레한 별들" ('백색 왜성' 부분)
조재룡 문학평론가는 "주관적인 삶을 자각하고 또한 자각하게 만드는 그의 시는 상상의 폭이 제아무리 넓다 해도, 삶을 함부로 신비화하지 않는다. 추상적 사유의 틀 안에 가두어 삶을 변절된 눈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148쪽. 8천원.
▲ 공습의 시대 =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수명(52)의 1990년대 시문학 평론집.
강정·황인숙·허연 등 지금은 중진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1990년대 펴낸 초창기 시집들을 분석한다. 이들은 '거대한 세계'와 거리를 두고 작품에 개인과 육체를 등장시키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1980년대 리얼리즘과 결별했다.
"1980년대의 아우라와 휘장에 싸여 있던 시가 아니라 홀로 싸우며 멀리 나아간 시들, 고립적이고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것이 독자적 탐험이 되었던 시들로 인해 1990년대는 국지적이고도 본격적인 싸움을 수행할 수 있었다."
문학동네. 236쪽. 1만3천원.
▲ 가시 = 김정아(51) 성북구인권센터장의 첫 소설집.
용산참사 직전 철거에 내몰린 국숫집 할머니, 부모가 가출해버린 소녀, 파업에 실패해 택배기사가 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의 주체적 삶을 그린 단편 8편이 실렸다. 작가가 10년간 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인권단체에서 활동하며 만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생의 난처함에 발목 잡힌 사람들, 이들의 고통이 불도장처럼 찍혀 있는 소설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클. 24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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