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산업총연맹 켐프 대표 "4대 이동의 자유는 EU의 근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해 강경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독일의 전경련 격인 독일산업총연맹(BDI) 대표도 메르켈 총리의 방침에 힘을 보탰다.
IT 기업 임원 출신으로 최근 BDI 수장으로 취임한 디터 켐프(64) 대표는 지난 10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4대 이동의 자유 원칙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영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영국의 '소프트 브렉시트' 기대에 선을 그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4대 이동의 자유란 '하나의 유럽'을 위해 EU 역내에선 노동, 자본, 상품, 서비스가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EU 회원국 국민이 다른 회원국에서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이 원칙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은 이민은 통제하면서도 EU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켐프 대표는 "이제 EU 회원국들은 영국의 탈퇴 결정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4대 이동의 자유는 EU의 근간이며 EU 지도부는 유럽을 '하나로 모으고, 더 강하게 만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함께할 때만 유럽은 성공할 수 있다"며 "다시 흩어진다면 보잘것없게 된다. 독일은 특히 그렇다"며 EU 회원국의 단결을 촉구했다.
켐프 대표의 이런 발언은 독일 기업들이 영국과의 사업 관계를 고해 메르켈 행정부에 좀 더 유연한 대응을 촉구할 것이라는 영국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기대와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단일시장 접근은 4대 이동의 자유를 존중하는 조건으로만 가능하다"며 영국이 이민은 통제하고 단일시장 접근권은 유지하는 '체리 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켐프 대표는 또 "독일과 영국 간 교역이 최근 줄어들었는데 이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이 경제에 독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공은 영국 쪽으로 넘어갔으며, 영국 정부는 3월 말까지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며 영국이 브렉시트 협상을 지연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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