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인류학자, 트럼프 트윗 심리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오는 20일 취임을 목전에 앞두고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트윗은 멈추지 않고 있다.
당선 이후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주로 트위터를 통해 일방적인 정보발신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당선이 확정된 작년 11월 9일부터 올 1월 9일 새벽 4시 현재까지 무려 278회나 트위터 등에 일방적인 글을 남겼다.
특이한 것은 이 중 20%에 해당하는 56건을 오전 6시부터 8시 사이 이른 아침에 썼다는 사실이다. 그가 트위터 등을 통해 발신한 내용에 자신이 이끌 새 정부의 정책이나 이념 등은 들어있지 않다. 다른 사람이나 기관, 기업 등에 대한 비판과 반론, 공격, 도발, 자기 자랑이 대부분이다.
트럼프의 이런 일방적 트윗은 어떤 심리상태에서 나온 것일까. 무엇을 노린 것이고 효과는 있을까.
아사히(朝日)신문은 11일 트럼프의 트위터 정보발신에 대한 심리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의 분석을 소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발달심리학자인 노스웨스턴 대학의 던 마크 애덤스 교수는 트럼프가 아침 이른 시간에 '적'으로 간주한 인물의 사소한 일까지도 그냥 넘기지 않는 태도에 주목, "자신이 공격받았다고 생각하면 반격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매우 충동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자기억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그는 매일 전세계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마크 애덤스 교수는 "취임 후에도 비판에 일일이 반응하려면 온종일 매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심리학·교육학의 일인자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도 "트럼프의 행동패턴은 전대미문"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정신분석의사로서 '트럼프가 혼잣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위장할 수 없다"면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많은 수면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트럼프식 발신방법의 효과는 어떨까. 가드너 교수는 짧고 단순한 말이 간단히 확산하는 트위터에 대해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트위터가) 현대에 딱 맞는(발신수단) 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지적했다. 차기 대통령의 입장에서 혼잣말로 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전 세계가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워는 1천900만 명이 넘는다. 여기에 세계의 언론 매체가 연일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가드너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트럼프의 트위터는 깊고 항구적인 사고를 표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앞서 한 발언을 철회하는 데 대해 전혀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걸 정책 결정 등으로 간주하는 건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폭언을 잘하는 트럼프가 "곧 (후보에서) 낙오할 것"이라고 보던 지난해 2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측한 논문을 발표했던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크리스토퍼 뵘 교수는 "트럼프는 침팬지의 '알파(α) 수컷'(대장 원숭이)처럼 소란스럽게 위협함으로써 (집단을) 지배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탄자니아에서 침팬지 무리를 연구해온 그는 대통령 선거를 "영장류의 정치"로 보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흥정방법과 무리의 서열 1위인 알파 수컷이 하는 짓의 유사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자신에 향한) 모든 적의에 대해 인간의 척도로 말하자면 과잉반응을 함으로써 도전을 시도한 경쟁자에게 대가를 받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정글에서도 알파 수컷은 도전할 것 같은 상대를 보면 바로 공격한다. 선제공격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한 후에도 공격적인 트위터를 계속하는 트럼프의 행동에도 주목했다. 뵘 교수에 따르면 알파 수컷은 연구자의 텐트에서 훔친 드럼통을 두드리거나 길고 검은 털을 세워 다른 원숭이들을 계속 위협한다.
그는 "트럼프는 극도로 거만하게 굴면서 누군가가 공격할 징후를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반격할 수 있도록 준비함으로써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알파 수컷의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미디어에 대해서도 그 발언을 계속 추적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미디어를 컨트롤하는 데 성공했다. 뵘 교수는 알파 수컷이 아침 일찍 일어나 경쟁자의 잠자리를 습격하는 경우도 있다고 논문에서 소개하고 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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