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화 습관' 권고하다 "한쪽만 마모돼 고장 위험"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중국에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중국 지하철 당국이 대대적으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운동을 펼쳐 이제 오른쪽 한 줄은 서서 가고, 왼쪽 한 줄은 걸어서 오르내리는 문화가 정착된 가운데 이런 탑승 방식이 오히려 사고 위험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선 엘리베이터 전문가들이 신문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한 줄 서기 탑승 문화 캠페인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부분은 한쪽으로 줄지어 서면 무게 중심이 그쪽으로만 몰리면서 내부 작동장치도 한쪽만 마모돼 고장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난징 지하철 당국도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체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95%가 심각하게 마모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이미 수년 전부터 한 줄 서기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아 이를 다시 바로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한줄서기를 문화적인 행동이라며 캠페인 등을 통해 독려했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지난주 기사에서 "만약 이 '문명화된 행동'이 큰 위험을 야기할 뿐이라면 지난 수년간 이 거짓된 문명적 습관을 뿌리내리기 위해 들인 노력과 자원의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라며 당국의 캠페인을 비판했다.
에스컬레이터도 관할하는 중국엘리베이터협회의 장러샹 회장은 한쪽 마모를 고려해 에스컬레이터 설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서 오르내리는 행동이라고 지목했다.
에스컬레이터 자체가 걷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졌다는 점은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 회장은 "에스컬레이터는 일반 계단보다 경사도도 급하고 계단도 크다"며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은 극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 지하철 당국은 안전을 위해 '두 줄 모두 서서 가기' 규칙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일본은 2014년 "손잡이를 잘 잡으세요" 운동을 펼쳤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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