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병간호 스트레스' 가능성…돌볼 노인 느는데 인력은 부족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이른바 '간병 스트레스'로 가족마저 살해하는 비극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는 치매로 투병하던 80대 아내를 역시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던 남편이 둔기로 살해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치매를 앓는 남편은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4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와 단둘이 살며 간호해왔고 뚜렷한 범행 동기가 없는 점 등에 미뤄 병간호 스트레스로 인한 살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린 79세 어머니를 홀로 돌보던 40대 아들이 간병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노모를 살해했다.
강원 삼척에서도 병간호 스트레스로 치매에 걸린 아내를 폭행했다가 숨지게 한 70대 남편이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됐다.
같은 해 5월 부산에서는 치매에 걸린 80대 어머니를 마구 폭행한 아들이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폭행 동기는 "방에서 자주 나간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돌봐야 할 노인 인구는 늘고 있는데, 병간호 인력이나 요양기관 수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3일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현재 711만8천704명) 중 치매 환자 수는 전날 기준 72만4천857명이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23년 뒤인 204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가 올해보다 2배 넘게 늘어난 1천65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 수도 2020년 84만여 명, 2030년 127만여 명, 2040년 196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중앙치매센터는 내다봤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과 노인성 질병 환자들을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2015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7%만 보험 수급자였다.
보험 혜택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해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서비스와 요양보호사가 가정을 방문해 주·야간 보호, 방문요양·간호를 하는 재가서비스로 나뉜다.
설령 서비스를 받더라도 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어 환자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인천에서 발생한 80대 아내 살해 사건의 경우만 봐도 요양보호사가 매주 월∼금요일 오전 노부부를 방문해 돌봤지만, 나머지 시간은 치매 환자 단둘이 보내야만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인력은 요양보호사 30만1천129명, 사회복지사 1만3천517명, 간호사 2천633명, 간호조무사 8천799명에 그쳤다.
요양보호사는 2015년 말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간호조무사 수는 오히려 3.3% 줄었다.
요양보호사 가운데 43.1%는 서울과 경기권에 근무하고 있어 지역 간 형평성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노인복지 수요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 부양 부담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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