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도 '사드보복' 영향권…한국투자 줄어 수수료 수입↓

입력 2017-01-12 11:45   수정 2017-01-12 11:57

금융권도 '사드보복' 영향권…한국투자 줄어 수수료 수입↓

중국 일부기업 국내 투자 올스톱…지분투자도 속도 조절

중국 국영기업과 합작 추진 농협금융, 본토 진출 '암운'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로 보복 수위를 높여가면서 금융권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아직 금융권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보복이 계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진출을 노리는 일부 금융사들은 중국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조치 탓에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 중국회사 투자 줄자 수수료 주는 은행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 탓에 한국에 투자하려는 중국 기업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중국의 대형 종합그룹 N사는 엔터테인먼트사에 여러 건의 투자를 동시에 진행했으나 최근 이를 전면 올스톱했다.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 500억원을 투자했던 한국 회사의 주가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년 사이에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N사는 한국의 다른 엔터테인먼트사들에 1천억원을 분산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사업 전망이 어두워져 계획을 접었다.

중국시장을 토대로 큰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사드 발 악재 탓에 주가가 대부분 40~50%씩 하락하는 등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상하이에 있는 대형유통 국유기업 B사는 작년 한국 화장품회사 투자를 위해 접촉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 투자계획을 접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중국 대형 전자거래상인 D사는 한국 화장품회사 지분투자(200억원)를 추진해왔으나 속도를 늦추고 있다.

중국업체와 거래하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국영기업은 사드 문제로 정부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중국회사의 국내 투자로 환전수수료를 비롯해 각종 여수신 거래 발생에 따른 수입을 챙겼다. 심지어 중국회사에 투자받는 한국 회사들이 투자사의 주거래은행으로 자신의 주거래 은행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 농협, 사드 발 악재에 곤혹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는 금융사들도 지지부진한 합작 속도에 지쳐가고 있다.

농협금융은 중국 공소그룹과의 협약을 통해 중국 진출을 진행하고 있으나 사드 문제가 본격화한 후 사업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약화했다.

지난해 8월 자회사 농협캐피탈이 8천500만위안(약 143억원)을 투자해 공소융자리스의 지분 29.82%를 획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데까지는 일사천리였다.

그러나 은행, 손해보험, 인터넷소액대출 등 추진 중인 나머지 사업은 현재 지지부진하거나 예상치 못한 중국 금융당국의 제동 탓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출범 예정이던 중국 내 손해보험 회사는 사실상 합작 법인 설립에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가 어려워졌다.

국영기업인 공소그룹이 농협손해보험 대신 중국 손해보험사에 더 많은 지분을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협은 4개 업체 정도로 구성되는 주요 주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소액주주로 남게 될 공산이 커졌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소액주주로 참여한 후 증자를 통해 주요 주주로 나서는 방안 등 다각적인 협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합작은행 설립도 주주구성 문제 탓에 난항에 빠졌다.

애초 농협은행이 51% 지분, 공소그룹 측이 49%의 지분으로 합작 법인을 진행하려 했으나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에서 중국은행도 합작은행에 주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공소그룹 같은 비은행금융기구도 외국은행과의 합작을 통해 중국 내에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은감회에서 중국 측 주주에 중국은행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지적하면서 주주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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