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대러-대중 강경기조 예고…北中겨냥 세컨더리보이콧 주목(종합)

입력 2017-01-12 07:58  

틸러슨 대러-대중 강경기조 예고…北中겨냥 세컨더리보이콧 주목(종합)

미국 우선주의와 위상회복 천명…"러는 위험한 나라" 친러 이미지 불식 시도

북핵 "중대한 위협" 규정 속 中 때리기…"중국의 '빈 약속' 더는 수용못해"

'세컨더리보이콧' 시사하며 대북-대중압박…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렉스 틸러슨이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과 러시아, 중국 등 미국의 외교·안보 위협 국가들에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를 냄에 따라 그가 향후 주도해 나갈 새 외교 및 대북정책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외교 원칙과 더불어 미국의 힘과 위상 회복을 역설하면서 주요 2개국(G2)의 한 축인 중국, 그리고 러시아, 북한에 대한 강경 기조를 천명한 것이 큰 골자다.

구체적으로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러시아를 향해선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의 '친(親)러시아'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듯 예상보다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러시아 관련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대조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러시아 이외의 주요 정책과 기조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을 거의 궤를 같이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런데도 수수방관하는 중국을 향해선 '더 이상의 반 약속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대북, 대중 강경책을 동시에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추구하고 미국 리더십 확고히 해야"

틸러슨 내정자는 "미국은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는 수단과 윤리적 기준을 갖춘 지구 상의 유일한 수퍼파워"라면서 "우리가 세상을 이끌지 않으면 세상은 더 깊은 혼란과 위험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십수 년간 미국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제기됐다"면서 "어떤 경우 우리는 세상에서 물러섰고 또 다른 경우에는 좋은 의도로 개입했으나 우리가 추구했던 안정과 안보를 성취하지 못했고, 그 대신 의도치 않은 결과와 불확실성의 공간만 만들어냈다"고 자인했다.

또 "우리의 친구들이 우리를 돕고 싶어 하지만 그들은 방법을 모르고, 반면 우리의 적들은 미국의 리더십 부재를 대담하게 십분 활용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정책과 관련해 미국 우선주의에 관한 새로운 담대한 약속을 제시했는데 내가 인준돼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그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 '이슬람국가'(IS), 북핵 위협 등을 차례로 거론하면서 "21세기의 평화와 안보에 기초가 될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리더십을 새롭게 해야 하고, 또 확고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극단 이슬람 테러대책과 관련해선 "급진 이슬람을 물리치기 가장 시급한 과제는 IS를 격퇴하는 것"이라고 단언하며 IS 격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밖에 틸러슨 내정자는 쿠바와의 외교관계 복원 등을 거론하면서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인권문제와 연계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최근 쿠바 정부와 다시 관계를 맺었는데 여기에는 인권에 대한 어떤 중대한 양보도 수반되지 않았다"면서 "(인권탄압과 관련된)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전혀 물리지 못했다. 쿠바 지도자들은 많은 것(혜택)을 받지만, 쿠바 국민은 거의 받지 못한다. 이는 쿠바인들과 미국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위험한 나라" 친러 이미지 불식…트럼프와 대조적

틸러슨 내정자는 러시아를 겨냥해 "미국의 이익에 반대되게 행동했다"며 "미국에 위험한 나라"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불량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대선개입 해킹을 지시했다는 미 정보기관의 조사결과에 대해 "타당한 가정"이라고 인정한 것은 물론 "가치체계가 완전히 달라 미국과 러시아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신랄하게 비판한 서방의 안보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관련해서도 "우리의 나토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나토가 부활하는 러시아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은 옳다"고 말했다.

틸러슨 내정자의 이런 대러 강경 발언은 트럼프 정부가 친러시아 외교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적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뒤늦게 인정하긴 했지만, 그동안 러시아의 해킹 사실을 부인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취해 온 데다 가 틸러슨 내정자 본인도 러시아와의 특수한 사업관계를 맺고 있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진영의 대러시아 기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해 왔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내정자는 푸틴 대통령과 17년 인연을 갖고 있으며,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날 "러시아의 공격성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약하고 복합적인 시그널을 보냈다"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러 외교가 느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러 외교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틸러슨 내정자가 인준 후 국무장관에서 취임해서도 이날 발언처럼 대러 강경 기조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북핵 중대한 위협…중국의 '빈 약속' 더는 수용 못해" 세컨더리 보이콧도 거론

틸러슨 내정자는 '미·러 밀월설'을 불식시키는 데 힘을 쏟았지만, 중국에 대한 비판 발언은 최고 수위에 달할 정도로 강경했다.

특히 북핵 위협을 고리로 한 중국 비판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반(反)중국' 행보가 노골화될 것임을 강력히 예고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란과 북한과 같은 적들이 국제규범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우리의 친구가 아닌 이들에게 자신들이 한 합의를 지키도록 책임을 물려야 한다. 우리가 최근 그렇게 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우리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전 세계 '악당'(bad actor)들이 약속을 깨도록 고무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의 무른 대응 때문에 북핵 문제 등이 악화됐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그는 특히 "중국이 단지 제재이행을 피하려고 북한의 개혁(핵포기) 압박 약속을 한 것과 같은 빈 약속들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하는가 하면 북한 문제와 더불어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하면서 "중국은 '신뢰할만한 파트너'가 아니었다"며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관련 질문에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이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 등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 대부분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 강화…방위비 분담금 증액 의지 천명

틸러슨 내정자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히 언급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강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예상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는 증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틸러슨 내정자는 "우리는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문제 제기 없이) 모른 척할 수는 없다"면서 "이것(동맹의 의무 불이행)은 단지 우리뿐 아니라 자신들의 약속을 존중하고 우리의 국가안보를 강화하려는, 이스라엘과 같은 오랜 친구들 입장에서도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아시아 동맹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정당한 몫을 내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경우 미군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sims@yna.co.kr,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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