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국무장관, 시리아 단체 비공개 면담서 발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압박해 협상에 나서게 만들 카드로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타임스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시리아 단체와 나눈 비공개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미국 정부의 IS 활용 모색 계획을 11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6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려면 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에 전격 개입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리 국무장관은 녹취록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유는 IS의 영향력이 커진 탓"이라면서 "IS가 시리아 정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사드 대통령이 IS의 증대된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케리 국무장관은 곧이어 "우리는 아사드 대통령이 그때 협상에 나설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사드 대통령은 대신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을 얻었다"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2015년 9월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내전 개입 직전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고자 은밀하게 미군을 투입하는 것을 지지했다가 정부 인사들과 충돌한 일화도 시리아 단체에 소개했다.
워싱턴타임스의 확인 보도 요청에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서 IS의 발호를 용인했다는 구상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잔학한 IS를 어떤 식으로든 지원했다는 추정은 진실과 테러단체인 IS를 궤멸하고자 결성된 국제연합군의 우리의 일치된 지도력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익명의 고위 국무부 관리도 "케리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IS의 힘을 이용해 아사드 정권과의 협상을 진척하려는 전략이 있다거나 미국이 IS의 세력 확장을 선호한다는 말을 절대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부인에도 워싱턴타임스는 지난해 5월에 공개된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메모를 들어 미국이 테러단체를 2012년부터 면밀히 주시했으며 테러단체에 의한 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DIA 분석관은 2012년 8월에 작성한 메모에서 무슬림 형제단,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 등 IS의 모태인 살라피스트(이슬람근본주의집단)가 시리아에서 반란을 시도하는 주요 단체"라고 적었다.
그런 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국가에 맞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가 이런 이슬람근본주의자 단체와 어떻게 손잡아야 하는지에 관한 개요를 제시했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시리아 동쪽에서 자치 국가를 선포하면 아사드 정권을 고립시킬 수도 있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고립된 아사드 대통령이 미국에 백기 투항하는 대신 러시아의 지원으로 권좌를 지키면서 미국과 동맹국이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그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던 기존 시리아 접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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