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기업 인수가 미국 당국의 승인 불허로 무산될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 중국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을 목표로 대대적인 사냥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 이런 보험 상품이 등장한 배경이다.
지난해 독일 반도체회사 아익스트론을 인수하려던 중국의 푸젠 그랜드 투자펀드가 이를 포기한 것이나 네덜란드 필립스의 조명사업부를 인수하려던 중국 컨소시엄이 좌절한 것도 CFIUS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승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에이온을 비롯한 몇몇 보험사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신종 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미국 당국이 승인을 불허할 경우, 인수를 추진한 기업들이 피인수 기업들에 지불해야 할 위약금을 전액 보상해주는 조건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외국 기업 인수를 모색하는 중국 기업들에게는 더욱 적대적인 여건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기업을 상대로 매각을 협의하는 외국 기업들이 결렬 가능성에 대비해 더욱 높은 인수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연히 리스크에 대비하는 보험의 수요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중국 기업들은 계약이 완료될 가능성이 낮다는 협상 상대방의 의구심 때문에 비교적 높은 인수액을 제시해야 했다.
보험 상품을 개발한 에이온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의 우량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더욱 경쟁력이 있는 인수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상품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 기업들로 구성된 한 컨소시엄은 최근 미국의 프린터 제조회사인 렉스마크를 36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보험에 가입했다. 렉스마크 측이 요구한 위약금은 9천만 달러였다.
위약금이 이처럼 높았던 것은 렉스마크 측이 다수의 비중국계 원매자들을 확보한 덕분에 배짱을 부릴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 계약은 결국 CFIUS의 승인을 얻는 데 성공했고 지난 연말에 모든 절차를 완결했다.
로펌업계에 따르면 가입자가 지불하는 보험료는 피인수 업체의 기업가치 대비 0.5~0.75% 정도이며 렉스마크를 인수한 중국 컨소시엄이 낸 보험료는 1천만 달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로펌 관계자는 보험금은 인수 주체의 신뢰성, 피인수 기업의 업종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보험 가입 사실이 공개된 경우는 없지만 에이온 관계자는 처음 보험 상품이 등장한 지난해 초부터 여러 건의 보험 상품을 팔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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