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근로자의 과도한 초과근무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일본에서 퇴근후 다시 출근할 때까지 일정 시간의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대형슈퍼 체인인 '이나게야'는 올해 1만명의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퇴근 후 다시 출근할 때까지 10~12시간의 간격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근무간 인터벌(간격)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만약 12시간의 간격을 두도록 한다면, 예를 들어 밤 10시까지까지 근무를 할 경우 다음날 오전 10시 이전에 출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일정 시간의 휴식을 보장해 사원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자는 취지에서다.
이 회사는 근무표 작성시 일정 시간의 '근무간 인터벌'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면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계획이다.
이나게야는 일손 부족이 심한 데다 제도 도입으로 인건비가 상승할 우려도 크지만 사원들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위생용품 제조사인 유니팜 역시 지난 5일부터 사원 1천500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출근 때까지 8시간 간격을 두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만약 출퇴근 데이터를 통해 휴식이 취해지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상사가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심야 시간대 야근을 줄이기 위해 올해 들어 밤 10시 이후의 초과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통신회사 KDDI, 메가뱅크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신탁은행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의 경우 직원들이 퇴근과 출근 사이의 간격 9시간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
근무간 인터벌 제도는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 도입된 바 있다. EU 가맹국은 적어도 11시간의 근무간 간격을 둬야 한다.
다만 이 제도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서는 초과근무를 조장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문은 제도가 효과가 있으려면 다양한 '초과근무 없는 날' 제도 등 다양한 제도와 함께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