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 편중 시정하고 건강·신선함 팔아 돈도 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줄줄이 좌절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들이 농업 비즈니스에 속속 진출해 돈을 벌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종합상사들은 풍부한 회사의 네트워크나 노하우를 살려 건강이나 신선함을 내세운 채소를 생산해 판다. 예컨대 미쓰이물산은 계열 농업법인을 통해 양파를, 도요타통상은 파프리카 일본 내 생산량의 20%를, 소지츠는 방울토마토를 각각 키운다.
해외 자원개발과 수입판매에 치우쳤던 종합상사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하는 노력이지만,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농업을 지원하며 기업 이미지도 개선하려고 한다.
작년 11월 도쿄에서 열린 홋카이도산 양파 '사라사라골드' PR행사에 참가한 미쓰이물산 홋카이도 책임자는 "농업에서의 해답 가운데 하나는 기능성으로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사라골드는 홋카이도의 농업벤처 '식물육종연구소'가 미쓰이물산과 공동개발해 2014년부터 생산한 기능성 양파다. 동맥경화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케르세틴 성분이 일반 양파보다 최대 20배 가량 많다. 전국의 슈퍼나 식품업체에 팔지만 외식업체로부터의 문의도 많아 생산량도 급증세다.
미쓰이물산은 농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자원가격 급변에 따른 수익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일본 내 사업도 강화하려고 한다.
다른 상사도 유사하다. 도요타통상은 2008년 자회사 도요쓰식료와 농가의 공동출자로 미야기현 구리하라시에 농업생산법인 베지드림구리하라를 세우고 5만8천㎡에서 사시사철 파프리카를 재배한다.
애초 도요쓰식료는 파프리카를 수입해 팔았지만, 수요가 늘자 판매루트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파프리카 재배부터 시작한 것이다. 3월 말 종료되는 2016년회계연도에 830t을 수확, 일본내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할 전망이다.
또다른 종합상사 소지츠가 출자해 2014년에 설립한 농업법인 '마이 베지터블'(지바시)은 방울토마토 등 5가지 종류의 과일과 채소류를 생산한다. 선반 위에서 용액을 사용해 키운다.
수확물은 도쿄 인근 간토지방의 슈퍼나 음식점 등에 도매해 2015년도 매출은 수 천만엔(약 수억원)이었고 2016년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대기업이 농사마저 삼키려 한다"는 농민과 관련단체의 반발이 거세 동부팜한농이나 LG CNS의 농업 진출이 잇따라 무산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대기업의 농업진출은 민감한 사안이기는 하다. 그래서 2000년대 들어 일반 농민들이 재배하지 않는 작물을 위주로 해서 제한적으로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시작됐다.
일본 농민들의 반발도 커 기업의 농업진출은 미약했었다. 그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뒤 2014년 '대규모 영농에 의한 국제경쟁력 제고'를 기치로 기업의 농업진출 규제가 완화됐다.
물론 일본에서도 여전히 니가타현 니가타시(평야지역)나 효고현 야부시(중산간지역) 등 극히 일부 농업특구 지역에서만 기업의 농업 경영이나 농지 구입 등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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