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소득 낮은 지역 가입자들에게 전가되는 셈" 비판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직장인의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은 주로 근로소득이다. 예금 이자나 임대 수익 등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이런 소득이 연간 7천200만 원을 넘지 않는 한 근로소득에 따른 건보료만 내면 된다.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은 소득의 3.26%로 균일한데도 예금 이자·임대 수익 등 불로소득에 대한 건보료 부과 기준은 너무 높게 잡혀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고, 오히려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직장가입자 가운데 근로 소득 외에 금융·임대·기타 소득이 있는 222만 명 중 후자에 대한 보험료를 추가로 내는 사람은 1.7%인 3만7천76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로소득이 7천만 원 초과, 7천200만 원 이하여서 보험료를 한 푼도 추가로 내지 않는 고소득자도 6천593명에 달했다.
경실련은 대통령과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 내용을 근거로 건강보험료를 추산한 결과 조사 대상 35명 중 절반 이상인 20명이 연간 500만 원 이상 불로소득이 있으나 이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리라고 추정했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27억 상당의 예금과 해외 채권을 갖고 있어 약 4천700만 원의 이자 소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7천200만 원 이하이므로 공직 재직 당시 이에 따른 추가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저 임금 노동자의 연봉은 1천512만 원으로, 이들은 소득의 3.26%인 월 4만1천 원을 고스란히 보험료로 내지만, 근로소득과 그 외의 소득을 합한 연 소득이 1억8천만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 전 수석의 추정 보험료는 전체 소득의 2.4%인 36만9천 원 정도로, 소득 역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 외에 불로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이원종 전 비서실장이 약 4천만 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 1천700만 원, 박근혜 대통령이 약 1천6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각각 560만 원, 617만 원의 불로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현행 건강보험 제도에 따르면 직장은 없으나 연금 등 소득이 있는 사람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할 수도 있다.
경실련은 이런 허점들이 결국 소득이 낮은 지역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유명무실한 직장가입자 불로소득 보험료 부과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회와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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