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시골마을 교장 출신 83세 노인회장이 11년째 '충효교실'

입력 2017-01-13 07:00  

횡성 시골마을 교장 출신 83세 노인회장이 11년째 '충효교실'

횡성 공근면 이방우 회장 "아이들 달라졌다는 말에 보람"

(횡성=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지난 9일 오전 10시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초등학교 도서실.






"짜장면!" "짬뽕!"

테이블에 둘러앉은 12명의 초등학생이 난데없이 중국 음식을 주문하느라 왁자지껄하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이 마을 이방우(83) 노인회장.

이날은 올해로 11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한노인회 공근면 '충효교실'이 개강하는 날이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이 회장이 수업 전에 아이들 점심을 인근 중국집에 미리 주문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메뉴는 중국집 사정상 모두 짜장면으로 통일됐다.

전화로 짜장면 13그릇을 주문한 뒤 이 회장은 비로소 수업에 들어갔다.




이 회장이 충효교실을 시작한 것은 2007년 여름방학 때부터.

1998년 경기도 양평군 개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후 횡성군 공근면 학담1리에 정착한 뒤 노인회 사무장, 노인회장 등 의 일을 하다 교사 출신으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한 것이다.

세대 간 교류와 선도로 '제1의 효 고장 횡성' 실현의 토대를 마련하고, 청소년에게 웃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였다.

요즘 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우기 쉽지 않은 '충·효·예'에 대한 교육을 고사성어 등 한자를 섞어 가르치고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 1주일간 일정으로 학부모의 동의를 받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실을 제공하고 있는 공근초등학교는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횡성군에서는 어린이들의 간식비 등 실비를 지원한다.

이 회장은 "충과 효는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으로 반드시 가르쳐야 할 덕목"이라면서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 간 소통에 도움이 되고 어린이들이 어른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학년 차도 있고 옛날 학생들과 달리 산만해서 집중시키기도 힘들지만, 이 나이에 어린 학생들과 접하며 지역사회와 어린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웃어 보였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방학에 고리타분한 제목의 충효교실이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1학년 때부터 5년째 빼놓지 않고 충효교실에 개근을 하는 전 나무(11·공근면 학담리)양은 "방학이라 심심한데 친구, 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학교서 배우지 못한 한자를 배워 뜻을 알고 쓰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전 양은 또 "부모님이 회사에 다니는데 여기 오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면서 "할아버지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예절에 대해 가르쳐주셔서 어른들로부터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1학년 때부터 나왔지만 몇 번 빼먹었다는 이동현 군(10)은 "충효학교에서 예절이 무엇인지 배우면서 좀 착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집에 가면 할아버지·할머니의 무거운 물건도 들어 드리고 허리가 아프신 할머니 대신 빨래 널기도 도와드린다"고 자랑했다.

프로게이머가 꿈이라는 이 군은 "충효학교에 오면 좋아하는 짜장면, 통닭 등 맛있는 것도 많이 줘서 좋다"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방우 노인회장은 "농촌지역 학생 감소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계속 운영해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공근초등학교 전교생 68명이 마을 경로당들을 방문, 학교서 직접 만든 쿠키를 대접하고 노래·민속춤 공연과 안마 등으로 할아버지·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는 행사를 주관하는 등 지역 노인과 어린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ryu62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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