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공근면 이방우 회장 "아이들 달라졌다는 말에 보람"
(횡성=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지난 9일 오전 10시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초등학교 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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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짬뽕!"
테이블에 둘러앉은 12명의 초등학생이 난데없이 중국 음식을 주문하느라 왁자지껄하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이 마을 이방우(83) 노인회장.
이날은 올해로 11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한노인회 공근면 '충효교실'이 개강하는 날이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이 회장이 수업 전에 아이들 점심을 인근 중국집에 미리 주문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메뉴는 중국집 사정상 모두 짜장면으로 통일됐다.
전화로 짜장면 13그릇을 주문한 뒤 이 회장은 비로소 수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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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충효교실을 시작한 것은 2007년 여름방학 때부터.
1998년 경기도 양평군 개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후 횡성군 공근면 학담1리에 정착한 뒤 노인회 사무장, 노인회장 등 의 일을 하다 교사 출신으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시작한 것이다.
세대 간 교류와 선도로 '제1의 효 고장 횡성' 실현의 토대를 마련하고, 청소년에게 웃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자는 취지였다.
요즘 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우기 쉽지 않은 '충·효·예'에 대한 교육을 고사성어 등 한자를 섞어 가르치고 있다.
여름과 겨울방학 1주일간 일정으로 학부모의 동의를 받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실을 제공하고 있는 공근초등학교는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횡성군에서는 어린이들의 간식비 등 실비를 지원한다.
이 회장은 "충과 효는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으로 반드시 가르쳐야 할 덕목"이라면서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 간 소통에 도움이 되고 어린이들이 어른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학년 차도 있고 옛날 학생들과 달리 산만해서 집중시키기도 힘들지만, 이 나이에 어린 학생들과 접하며 지역사회와 어린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웃어 보였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방학에 고리타분한 제목의 충효교실이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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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때부터 5년째 빼놓지 않고 충효교실에 개근을 하는 전 나무(11·공근면 학담리)양은 "방학이라 심심한데 친구, 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학교서 배우지 못한 한자를 배워 뜻을 알고 쓰니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전 양은 또 "부모님이 회사에 다니는데 여기 오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 좋다"면서 "할아버지 선생님께서 재미있게 예절에 대해 가르쳐주셔서 어른들로부터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고 덧붙였다.
1학년 때부터 나왔지만 몇 번 빼먹었다는 이동현 군(10)은 "충효학교에서 예절이 무엇인지 배우면서 좀 착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집에 가면 할아버지·할머니의 무거운 물건도 들어 드리고 허리가 아프신 할머니 대신 빨래 널기도 도와드린다"고 자랑했다.
프로게이머가 꿈이라는 이 군은 "충효학교에 오면 좋아하는 짜장면, 통닭 등 맛있는 것도 많이 줘서 좋다"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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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우 노인회장은 "농촌지역 학생 감소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데까지 계속 운영해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공근초등학교 전교생 68명이 마을 경로당들을 방문, 학교서 직접 만든 쿠키를 대접하고 노래·민속춤 공연과 안마 등으로 할아버지·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는 행사를 주관하는 등 지역 노인과 어린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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