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자유무역 수호자' 예고에 전문가들 '갸우뚱'

입력 2017-01-12 17:08  

시진핑 '자유무역 수호자' 예고에 전문가들 '갸우뚱'

다보스포럼 때 선언…트럼프 정부와 차별성 주장할듯

"미국대체 의문, 외국기업 배제정책·자국중심 질서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중국이 보호무역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를 대신해 자유무역의 옹호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중국이 그리고 있는 새 세계무역질서를 두고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의구심을 많이 품는 분위기라고 AF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중국 국가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참석한다.

시 주석은 트럼프의 취임식과 맞물려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을 통보한 이번 포럼에서 자유무역의 이점을 강조하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리바오둥(李保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 주석의 연설이 "다른 국가들이 경제 세계화를 올바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과 함께 느슨해질 수 있는 세계 자유무역체제에서 중국이 자국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으로 널리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고 세계무역질서를 선도할 가능성에 일단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세계무역질서는 미국 시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수요와 이에 따른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기반을 두고 구축됐다.

중국은 이러한 자유무역체제의 최대 수혜국으로, 미국 등 다른 교역국 사이에서 거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제2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수혜자가 익숙한 중국이 미국이 사라진 국제무역체제에서 미국처럼 수요를 창출하고, 그에 따른 부담을 떠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문이다.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이 세계무역체제를 이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른 교역국들은 (이전과는 다른) 낮은 수요에 타격받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페티스 교수는 중국 주도의 국제무역질서는 미국의 지배하에서처럼 질서정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 분쟁과 근린궁핍화정책(타국을 희생시키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국제경제정책)으로 점철됐던 브레튼우즈 체제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보호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중국을 따라다니는 의문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 진출을 시도하는 해외기업에 현지기업과의 합병이나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등 배타적인 태도를 노출해왔다.

아울러 중국이 무역을 타국에 대한 압박카드로 종종 활용한다는 사실도 세계 자유무역을 주도하는 국가의 역량을 따질 때 미진한 점으로 지적된다.

AFP통신은 중국이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였던 노르웨이로부터의 연어 수입을 제한한 것이나 사드 배치를 문제 삼아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는 금한령을 내린 것을 대표 사례로 지적했다.

앤드루 포크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 이사는 "중국은 국제 제도를 자국의 방식으로, 또 유리하게 운용하는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며 중국 주도하의 국제무역질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무역질서를 타국에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둘러싼 경계심이 이런 우려를 대변한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와 이란을 거쳐 지중해 연안으로 이어진 고대 무역로를 따라 21세기 경제협력 지대를 만들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정책이 중국의 주장대로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를 북돋우기보다는 중국의 수출시장을 확대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크 이사는 "일대일로 정책의 주요 목표는 중국의 수출시장을 확대해 중국의 상품을 해외로 내보내는 데 있다"며 "또 다른 국가들이 더욱더 중국에 의존하도록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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