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앞으로 스마트폰의 성장을 이끌 주역은 하드웨어(HW)가 아닌, 소프트웨어(SW)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0년 만에 하드웨어의 발전이 주춤거리는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AI) 등에 힘입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 업체인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출하대수는 2010년 75.8%나 급증했지만 2015년에 10% 성장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0.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DC의 경쟁사인 가트너가 예상한 지난해 성장률은 4.5%이지만 2015년의 성장률 14.4%에는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가트너는 아이폰이나 갤럭시S 시리즈 같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출하대수는 오히려 1.1%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이처럼 둔화된 것은 글로벌 시장의 상당 부분이 이미 포화상태에 들어간 데다 하드웨어 부문에서 이렇다 할 발전이 엿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장기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던 보조금을 없애고 단말기 가격을 고스란히 고객 부담으로 돌리고 있고 단말기 교체주기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24개월이던 미국의 교체 주기는 지난해 3분기에는 31.2개월로 늘어났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이 카메라 렌즈를 추가하거나 방수 기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성장률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하드웨어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완전히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같은 혁신이 이뤄진다면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아직도 수년을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하드웨어 쪽이 이처럼 시들해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쪽에서는 AI를 통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진일보에 힘입어 경이적인 속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시각과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개선된 덕분에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 알파벳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실례다.
맥쿼리 캐피털의 벤 샤크터 선임 애널리스트는 "차후의 대혁신은 기기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밝히면서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 스마트홈, 자동차 방면의 요구를 충족할소프트웨어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의 NXP반도체를 인수한 것이나 애플이 서비스 부문의 매출 확대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퀄컴이 NXP 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공급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애플 페이와 앱스토어를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의 성장률을 보였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아이폰 매출의 22% 정도에 불과하지만 아이폰의 매출은 13% 감소하면서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서비스 부문의 매출이 지난 4년간 근 2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라지 탈루이 제품관리 담당 선임 부사장은 스마트폰이 이제 스피커나 TV 등의 각종 전자기기를 다루는 컨트롤 장치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마트폰은 허브가 됐다"고 말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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