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테러혐의 우크라 영화감독 석방 탄원 거부한 클럽 회원들에 실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펜센터'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 펜센터는 세계 문학인 단체인 '국제펜클럽'의 러시아 지부로 소련 붕괴 전인 1989년 설립됐으며, 현재 옛 소련권 국가에 속한일부 작가들도 여전히 회원으로 남아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이날 타스 통신에 "더이상 센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센터 탈퇴를 생각해 왔지만, 센터 회원 상당수가 (테러 모의 죄로 러시아에서 복역 중인) 우크라이나 영화감독 올렉 센초프 석방 탄원서 서명을 거부하고,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언론인) 세르게이 파르호멘코가 센터에서 제명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써온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다룬 다큐멘터리 산문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에 대해서도 비판적 발언을 해왔다.
알렉시예비치가 러시아 펜센터 탈퇴의 결정적 이유로 꼽은 사건의 주인공 센초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 반도에서 테러를 기도한 혐의 등으로 2015년 러시아 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 2개월 뒤인 지난 2014년 5월 크림 공화국 수도 심페로폴 시내의 레닌 동상을 사제폭탄으로 폭발시키려 시도했고, 이에 앞서 4월에는 같은 도시에 있는 러시아 여당 '통합 러시아당' 대표부와 크림 내 러시아인 자치회 사무실 등에 방화를 시도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러시아 및 국제 영화계 인사들은 센초프 등에 대한 혐의가 조작되고 과장됐다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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