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해도 짜장면 3천원…"고마워요" 착한가격 업소들

입력 2017-01-13 07:07  

물가 급등해도 짜장면 3천원…"고마워요" 착한가격 업소들

홀로 식당 운영해 인건비 줄이고 새벽부터 값싼 재료 찾아 발품

전국 6천여곳 등록…"어렵지만 서민들 형편 생각하면 값 못 올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짜장면·찐만두가 2천500원, 칼국수 3천원, 한식뷔페는 4천500원'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도 꿋꿋하게 저렴한 가격을 고집, 지갑이 얇은 서민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착한가격' 업소들이 있다.

재료비가 줄줄이 올라 음식값을 올려야 할 형편이지만 단골들의 넉넉지 못한 형편을 잘 알기에 선뜻 값을 올리지 못한다. 이름하여 착한 가격 업소다.

착한 가격 업소란 맛과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지역의 평균 미만이거나 일정 기간 가격 동결을 유지하는 업소들을 일컫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정해 행정자치부가 공인한다.

식자재가 모두 올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예전의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종업원을 두지 않고 홀로 식당을 운영해 인건비를 줄이고, 새벽부터 저렴한 가격의 식자재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등 착한 가격 업소 주인들은 값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 자리 잡은 착한 가격 업소인 '한복남 칼국수'는 7년째 저렴한 음식 가격으로 지역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있다.

단돈 3천원이면 든든하게 칼국수나 짜장면 한 그릇을 해결할 수 있고 찐만두는 불과 2천500원에 판매된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행정자치부가 밝힌 짜장면의 충북 시중 평균 판매가격이 5천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0%가량 저렴한 셈이다.

값이 싸다고 양과 맛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청결함이나 재료의 신선도 면에서는 다른 일반 음식점과 같거나 더 낫다고 업주인 한복남(57·여)씨는 자부한다.

저렴한 가격의 비밀은 뭐니뭐니해도 인건비 절감이다. 이 식당은 한씨가 홀로 운영한다.

과거 중국집을 운영할 때 종업원을 썼지만,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금은 혼자 식당을 운영한다.

철저한 셀프 서비스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조리하는 것만 한씨가 담당한다.

반찬이나 물은 손님이 직접 챙겨야 한다. 주문한 뒤 나온 음식을 가져가는 것도 손님 몫이다. 식사한 뒤 그릇도 스스로 설거지통에 넣고 계산하는 방식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손님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는 처지라 술은 팔지 않고, TV도 없다.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농수산물 시장을 전전하는 착한 가격 업소 주인도 있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서 착한 가격 업소인 '점심시간엔'이란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도미(59·여)씨는 "한식뷔페는 여러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손님이 적게 오면 음식을 그대로 버려야 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런데도 이 뷔페의 식사가격은 1인당 4천500원으로 시중가인 6천원∼7천원보다 훨씬 싸다.

그녀는 "예전에는 시장 한 곳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했는데 요즘은 새벽부터 청주 시내 시장 여러 곳을 돌며 몇백 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식재료를 사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반찬에 들어가는 재료를 만들어 비용을 줄이는 착한 가격 업소도 있다.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있는 '봄날의 보리밥' 집의 주요 메뉴는 보리밥 정식이다. 보리밥 정식에 나오는 반찬에 사용되는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은 모두 이 가게에서 직접 담근다.

게다가 이 가게 종업원들은 모두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어서 인건비가 비교적 저렴하다.

이 가게 책임자인 박영숙(50·여)씨는 "우리 가게는 청주 시니어클럽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로 만든 식당"이라며 "어려움이 많지만 직접 우리가 담근 재료들로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등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착한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대만족이다.

오명실(71·사직동)씨는 "이 정도 가격에 푸짐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한 끼 외식을 즐기는데 착한 가격 업소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착한 가격 업소들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이겨내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들고 지정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청주의 한 착한 가격 업소 주인은 "물가는 오르고 경기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단골손님마저 끊길까 봐 가격도 제대로 못 올린다"며 "수익성이 크게 나빠져서 올해처럼 장사하다가는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착한 가격 업소는 지난해 6월 기준 6천18곳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2년 6천576곳보다 8.4%나 줄었다.

한식과 일식, 중식 등 4천684곳이 외식업이었고 나머지 1천334곳은 세탁소나 목욕탕 등 개인 서비스업이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어려운 경기상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늘면서 착한 가격 업소의 숫자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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