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수백명 나와 환호…공항현장서 20분간 연설하며 대권의지 과시
공항서 약 20분간 연설·질의응답…공항철도 표 직접 구매하기도
(영종도=연합뉴스) 배영경 이슬기 기자 =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 시민 수백 명의 환호를 받으며 고국 땅에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2006년 10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10년만에 '금의환향'한 것이다.
지난해 5월 경주 방문을 비롯해 간간히 한국을 찾았던 반 전 총장이지만 이번 방한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 아닌 '정치인 반기문'으로의 본격적 변신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실제로 이날 귀국현장에는 지지자 수백 명이 몰려나와 환호와 박수를 쏟아내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 전 총장은 입국수속을 마치고 입국장으로 나온 직후 공항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권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나 자신을 둘러싼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무총장 재직시절 예민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는 바람에 외신기자들 사이에서 '기름장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까지 얻었던 반 전 총장이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정치적 수사를 과감하게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반 전 총장의 귀국후 첫 행보는 귀갓길 교통수단으로 공항철도를 택한 것이었다. 대권도전을 염두에 두고 귀국 직후부터 시민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서는 등 '탈(脫)정치 민생행보'를 선보인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38분. 반 전 총장이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공항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 현장에 모여있던 지지자 등 시민 수백 명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입국 과정에서 의전과 경호를 최소화하고 일반인과 똑같은 절차로 짐을 찾고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붉은색과 은색이 교차한 스트라이프 무늬의 넥타이를 착용한 채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반 전 총장은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이날 현장에는 반 전 총장의 국내 행보를 지휘하는 핵심 조력자 김숙 전 주(駐)유엔 대사와 박진·이상일 전 의원, 이도운 대변인 등이 함께 자리했다.
반 전 총장이 입국장 바로 옆에 설치된 단상으로 이동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반 전 총장 곁으로 모여들었고,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은 한복 차림의 아기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단상 앞에 선 반 전 총장은 마이크를 잡고 미리 준비해온 연설문을 꺼내 힘찬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저의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밝히는 등 대권을 향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준비한 연설문을 모두 읽고 난 뒤 현장에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때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나 '박연차 23만달러 수수 의혹',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제한 관련 유엔협약 내용 등 현안들에 대해서도 준비해온 듯 매끄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약 20분간의 연설 및 질의·응답을 마친 반 전 총장은 공항철도를 이용하기 위해 직접 표를 구매하는 등 귀국 직후 귀갓길부터 민생행보를 시작했다.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한 반 전 총장은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승용차를 타고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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