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친문 세력 제외한 제3지대 발판으로 대권 행보 시동 시사
'대통합·광장 민심' 카드로 외연 확대…'정치교체'는 개헌파 겨냥
"지도자 실패" 거론하며 朴대통령과 거리두기…'기득권 타파'로 차별화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귀국과 함께 탄핵안 통과로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과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정치권의 '패권주의'와 '기득권'을 비판하는 한편, 촛불로 대변되던 '광장 민심'과 '대통합'을 강조하며 지지 기반의 외연 확대도 시도했다.
20여 분에 걸친 귀국 메시지를 통해 유력 대권 주자로서의 정치적 행보를 사실상 시작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직후 임시로 마련된 연단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이라며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됐던 좋은 국민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을 뒤흔들었던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시위', 그리고 이에 따른 헌정 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를 사실상 지칭한 것이다.
또 "젊은이의 꿈은 꺾이고, 폐습과 불의는 일상처럼 우리 곁에 버티고 있다"며 최순실 사태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자신이 방문한 국가 중 '실패한 나라'를 들어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도 제가 손수 보고 느꼈다"고 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았다.
대권 행보를 위해선 박 대통령과의 의도적인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풀이된다.
외교관 출신인 그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현 정권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권과 기득권을 강력히 비판하며 배격할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주목된다.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계를 겨냥해 이들을 '패권주의 집단'으로 규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반 전 총장은 특히 "패권과 기득권, 더이상 안 된다. 민생이 흔들리면 발전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제 3지대에서 대권 도전을 위해 세 확장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도 읽혔다.
'기득권'을 거론한 것은 은연중 자신을 기존 대권 주자와 다른 '새로운 정치인'으로 부각하려는 이중 장치로도 해석됐다.
반 전 총장은 사회·경제적 기득권층에 대한 소외 계층의 박탈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민 대통합"을 내세웠다.
궁극적으로는 양 극단의 패권 세력을 배제한 계층, 연령, 이념, 지역의 대통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언급한 부분 역시 주목된다.
'정권 교체'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대목인 동시에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개헌에 찬성하는 제3세력을 자신의 깃발 아래 한 데 모으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친박·친문 세력에 대한 비판, 대안으로 제시한 대통합과 정치 교체는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낸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 없는 결정을 하겠다"며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분이 제게 '권력 의지'가 있느냐고 물어왔다"며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다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노력하는 의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뉴욕에서 했던 "제 한 몸 불사를 각오"를 거듭 강조하면서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몸을 불사를 의지라면 얼마든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촛불'을 강조하고 '기득권 타파'를 외친 데 이어 젊은층에 호소했다. 대권 가도를 위해선 고령층 중심인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고, 자신감을 갖고 미래의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 등 자신을 향해 제기된 '검증 공세'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즈음해 제 개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며 "그 모든 게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명백히 말씀드린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저의 경험과 식견을 정치 참여를 통해 조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도 시사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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