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잠이 뭐여?…함께 먹고 자는 경로당 매일 잔칫집"

입력 2017-01-14 06:50  

"혼밥·혼잠이 뭐여?…함께 먹고 자는 경로당 매일 잔칫집"

옥천군 경로당 10곳 혹한기 공동생활 공간 지정, 난방비 지원

쓸쓸하게 겨울 나던 홀로 노인들 의지하며 정 나누니 건강은 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이원면 윤정리 경로당은 요즘 매일 잔칫집 분위기다. 끼니때면 고소한 음식 냄새가 진동하고, 거실과 방안서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이곳에 거처를 옮겨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들은 하루 세끼 함께 모여 식사하고, 밤에는 한이불 속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잠든다.

최고령인 박순임(86) 할머니는 "혼자 지낼 때는 식사를 건너뛰기 일쑤였는데, 이곳에 온 뒤 그럴 일이 없다"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무료하지 않게 하루를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임정임(84) 할머니는 "남편과 사별한 지 8년이 됐는데, 다시 신혼살림을 시작한 기분"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 곳은 옥천군의 '혹한기 경로당 공동생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달부터 노인 합숙 공간이 됐다.

7∼8명의 할머니가 개인 위생 도구와 옷가지 등을 가져다 놓고 자기 집처럼 오가며 편안하게 생활한다.

식사는 부녀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챙긴다. 식사 때는 집에 있던 할아버지 4∼5명도 나오기 때문에 식구가 불어난다.

부녀회원 박희식(65)씨는 "집집마다 쌀과 반찬거리를 풍족하게 내놔 부족함 없이 음식을 준비한다"며 "맛있다고 칭찬하는 어르신들 때문에 요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절반 이상이 혼자 사는 노인가구다. 이들은 낮 동안 경로당에 모여 지내다가도 해가 지면 온기 희미한 집에 돌아가 TV를 벗 삼아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옥천군은 이 같은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합숙 희망자가 5명 넘는 마을을 골라 공동생활을 주선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추위에 떨거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매달 30만원씩 난방비를 지원하는 등 생활여건을 조성했다.

군 관계자는 "작년 겨울 시범적으로 7곳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지원 대상을 10곳으로 늘렸다"며 "특히 외지에 사는 자녀들이 부모 걱정을 덜게 돼 크게 반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공동생활은 10곳 모두 할머니들이지만, 내년부터는 할아버지방 운영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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