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도 지문이…' 과학기법으로 기름유출 선박 적발(종합)

'기름에도 지문이…' 과학기법으로 기름유출 선박 적발(종합)

(보령=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해경이 기름 유출 선박을 '유지문법(油指紋法)' 등 과학기법을 이용해 적발했다.

충남 보령해양경비안전서는 기름을 유출해 바다를 오염시킨 혐의(해양환경관리법 위반)로 인천 선적 예인선 A호(50t)를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보령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6시 47분께 보령 대천항의 수협위판장에서 방파제까지 100여m 구간에 검은색 기름띠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보령시청, 보령수협과 합동으로 해경 방제정 등 선박 5척과 37명의 인원을 동원해 유 흡착재 등을 사용, 6시간여 만에 기름띠를 모두 제거했다.

이와 함께 행위자 조사팀을 구성한 해경은 시간대별 150여 척의 선박 입·출항 명단을 확보했다. 사고해역 CCTV도 분석해 혐의 선박을 압축, 기름 유출행위 선박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겨울철 새벽 시간에 발생한 사고여서 항구 내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해양종사자 탐문 등 사고정보 수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해경은 사고 시간대 유동 선박 등을 상대로 기관실 정밀검사를 벌여 용의 선박을 38척으로 압축하고, 선박종사자 탐문과 유지문법 등 과학기법을 적용해 사고 발생 20여일 만에 A호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당시 바지선을 예인하기 위해 항구에 정박해 있던 A호의 갑판장이 어두운 기관실에서 버튼을 잘못 조작하는 바람에 연료인 벙커 A 150ℓ 정도가 바다에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예인선 측은 처벌이 두려워 이런 사실을 숨겨오다 해경의 끈질기고 과학적인 수사에 걸려들었다.

유지문법은 사람마다 특징과 모양이 다른 지문을 가지고 있어 지문을 통해 이를 구별해 낼 수 있듯이 원유와 석유제품도 다른 기름과 구별되는 탄화수소 특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서로의 동질성 여부를 구별해 내는 방법이다.

원유인 경우 생산지에 따라 고유한 특징이 있고 석유제품도 같은 기름이라 하더라도 그 원료가 되는 원유의 특성이나 생산공정, 시기 등에서 차이점이 발생한다. 생산 시기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선박의 연료탱크 내에 남아있는 잔류물의 함량에 따라 구별될 수 있는 특징도 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보령해경은 A호 선장과 선주를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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