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 앞둔 '세준이 아빠' 리퍼트 주한 美대사

입력 2017-01-13 09:41   수정 2017-01-13 09:43

이임 앞둔 '세준이 아빠' 리퍼트 주한 美대사

'한미동맹 강화·열정적 공공외교' 평가

테러당하고도 의연한 대처 "같이 갑시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이임을 앞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실세'라는 무거운 타이틀로 출발했지만, 임기내내 한국민의 삶에 깊이 파고들어 역대 어떤 대사보다 친숙한 존재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칫 목숨을 잃을 뻔한 테러 사건도 겪었지만, 그는 한미동맹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토대로 활발한 공공외교를 펼쳐 스스로의 표현처럼 '동네 아저씨', '세준이 아빠'의 모습으로 한국민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다.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 국방장관 비서실장,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을 거쳐 만 41세였던 2014년 10월 역대 최연소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

그해 워싱턴에서 열린 주한대사 취임 선서식에 이례적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리퍼트 대사는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페인 당시 외교안보 정책을 만드는 데 깊이 관여했으며, 특히 미국의 '아시아 중심축 이동' 전략을 국방정책 차원에서 입안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는 이후 주한 대사로서 재임 기간 잇단 북핵 도발 등 한미동맹 관련한 중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격식과 절차를 따지지 않는 방식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과 면담하며 동맹 강화에 힘썼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아낌없이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의 활동에서 더욱 빛났던 부분은 특히 한국민의 삶에 직접 다가오려는 노력이었다

그는 재임 기간 정치적 성격의 사안 이외 문화 차원의 '공공외교'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리퍼트 대사가 야구광으로 특히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KBO리그 명예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전국 곳곳의 야구 경기장을 찾아 한국 야구 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두산과 NC, KT를 비롯한 여러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그는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Queer) 문화축제에 참석해 행사를 응원하고, 최근 촛불시위에 대해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작동을 목도해 감탄한다"라고 언급하는 등 한국 사회의 인권·민주주의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응원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권위의 옷을 벗어던지고 소탈한 행보를 보여온 그가 애완견 그릭스비와 광화문 일대를 산책하는 모습이 시민들에 종종 포착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어에 능한 리퍼트 대사는 '리퍼트 가족의 한국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녀 출생을 비롯한 각종 사연을 소개해왔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소소한 일상까지 실시간으로 전하며 한국민과의 소통에 노력했다.

여기에 리퍼트 대사가 두 자녀를 한국에서 낳았으며, 모두 한국식 중간 이름을 지어줬다는 사실도 그와 한국의 인연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리퍼트 대사는 2015년 1월 태어난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이름을,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에게는 '세희'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리퍼트 대사는 이 이름을 고르기 위해 '사주 전문가'에게 의뢰했다고 밝혀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국내 법률시장 개방 관련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의 수정을 국회를 방문하면서까지 거듭 요구하면서 '내정간섭' 비판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재임 기간 크게 논란을 빚은 사안도 찾기 어렵다.

2015년 3월 발생한 초유의 대사 테러는 한미동맹의 심대한 위기이면서, 동시에 동맹의 단단함을 재확인시켜준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의연한 대처로 박수를 받았던 리퍼트 대사는 퇴원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고 한미 관계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졌다"면서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고 신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지난 2년 3개월간의 임기를 마치고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간다.

오는 20일 귀임할 것으로 알려진 리퍼트 대사는 13일 오후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외교부의 한 외교관은 "리퍼트 대사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한미동맹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며 "후임자로 어떤 인사가 올지는 모르나 그 이상의 헌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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