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사 압박·물량 제한" 문건…前보좌관 "VIP 지시 있었다 생각"
'최순실 측근' 광고업체 前대표는 혐의 인정…"지시 따를 수밖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박경준 기자 = 광고사 강탈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의 재판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공판에서 차씨 측이 안 전 수석의 '특별 지시사항 관련 이행 상황 보고' 문건을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검찰 측 신청을 받아들여 안 전 수석을 증인으로 삼기로 했다.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은 다음 달 22일 진행된다.
차씨가 증거로 동의하지 않은 이 문건은 안 전 수석 보좌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됐다. 지난 10일 1차 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매각 과정을 직접 챙겼다는 증거로 제시됐다.
보고서에는 "컴투게더(포레카 인수 업체) 측에 잔고 증명 등 각종 자료 요구했으나 아직 자료제출 거부하고 있음. 조속히 원상복귀 조치 추진할 예정"이라고 기재돼 있다.
특히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 조치'라는 문구까지 수기로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이 보고서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를 갖고 있던 안 전 수석의 보좌관 김모씨는 검찰에서 "대통령이 안 수석에게 '특별지시사항' 관련 이행 상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고, 이에 안 수석이 지시하는 내용을 토대로 이행 상황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안 수석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모두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한다"며 "VIP 말고는 수석에게 그런 지시를 내릴 사람이 없다"고 진술했다.
한편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측근인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는 그동안 기소된 범죄사실을 부인해 오다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씨의 변호인은 "본인이 협박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공소사실을 부인했으나 모든 상황을 살펴본 결과 피해자 입장에서는 압박과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이해됐다"고 입장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변호인은 재판부에도 "최순실, 안종범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며 "모스코스(차은택 소유 회사)가 포레카를 인수해도 경제적 이익을 기대한 건 없다는 점을 참작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1차 공판에서는 또 다른 공모자인 김경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측이 "공소사실의 기본 사실관계를 다 인정한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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