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전일빌딩 내 탄환 존재 가능성 언급…발견되면 헬기 총격 입증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 전일빌딩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를 계엄군 헬기의 총격 탄환을 찾아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총격 가능성을 인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공식 감정서가 나옴에 따라 건물 안에 남아 있을지 모를 탄환의 존재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과수 감정서는 탄흔 조사로 헬기 총격의 가능성만을 인정했지만 건물 안에서 탄환이 발견된다면 헬기 사격의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과수는 광주시에 전달한 전일빌딩 총탄흔적 현장 조사 감정서에서 헬기총격 가능성을 크게 봤지만 총기 종류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하나의 단서를 남겼다.
국과수는 감정서에서 "전일방송(전일빌딩 10층) 내부 공간에서 식별되는 탄도로 보아서는 일부 탄환이 천장 슬라브와 텍스 사이 공간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천장 부분 발굴에서 탄환이 발견된다면 사용 총기류에 대한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전일빌딩 10층 내부 어딘가에 5·18 당시 헬기에서 쏜 탄환이 있을 수 있다고 국과수는 추정했다.
또 탄환이 발견된다면 사용 총기류도 밝힐 수 있고 헬기 총격을 입증 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감정서가 인용한 탄흔은 "5.56㎜나 7.62㎜ 소총탄"에 의한 자국이며 "좌우 방사형으로 생성"됐다.
국과수는 이를 토대로 "분당 2천발 발사하는 M134 미니건은 아니지만 헬기의 양쪽 문에 거치된 M60 기관총일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M60 기관총은 7.62×51㎜ 나토 공용 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총알이 전일빌딩에서 발굴된다면 '헬기사격 가능성'과 '기총사격 의혹'은 실체적 증거와 마주하게 된다.
또 감정서는 M16 소총의 집중 난사 가능성도 언급했는데 보병 개인화기인 M16 소총의 탄환이라 하더라도 헬기 총격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다.
당시 전일빌딩 10층 높이 내부 공간에 총을 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높이의 건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즉 헬기가 아니면 그 높이에서 총격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과수의 입장이다.
국과수의 전일빌딩 내 탄환 존재 유무에 대한 언급에 따라 탄환을 찾는 작업도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광주시는 보고 있다.
하지만 탄환을 찾는다며 건물 이곳 저곳을 뒤질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낡은 건물의 원형훼손이 불가피해 사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시는 전일빌딩 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5월 단체 등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관련 단체와 전문가 자문위원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월까지는 보존방안을 세울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13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탄환을 찾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지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국과수 감정 결과는 헬기사격을 공식 확인하고 군이 민간인을 무차별 공격한 사실을 입증했다"며 "총탄 자국이 발견된 현장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전일빌딩은 사적지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5월 단체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으로 리모델링한 옛 전남도청의 탄흔 복원에 대해 정부는 시민사회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며 "미흡한 진실규명은 기록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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