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량 절반, 재활용 2배' 목표…시행 초기 불편·불만 민원 '봇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에서 요즘 최대 이슈는 '쓰레기'다.
제주시에서는 지난달부터, 서귀포시에서는 이달부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이 제도는 쓰레기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되는 쓰레기양은 두배로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시민 불편이 수반되는 정책이다 보니 민원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시민 불편이 커진 것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쓰레기 대란 피하자"…"발생량은 절반, 재활용은 두배로"
요일별 배출제 도입으로 제주에서는 정해진 요일에 맞춰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월요일에는 페트(PET)병 등 플라스틱류, 화요일 종이류, 수요일 캔·고철류, 목요일 스티로폼·비닐류, 금요일 PET병 등 플라스틱류, 토요일 불연성(화분이나 깨진 유리 등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병류, 일요일 스티로폼 등이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가연성(불에 타는)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배출 시간도 음식물 쓰레기(24시간 배출 가능)를 제외하고는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로 제한됐다.
행정당국이 '요일별 배출제' 카드를 꺼내 든 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관광객에 비례해 쓰레기 발생량도 급증해 제주섬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인구는 2013년 8월 60만명을 돌파한 뒤 2015년 6월 63만명, 2016년 5월 65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현재 66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제주에 체류하는 국내·외 관광객 14만∼15만명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주 인구는 80만명에 육박한다.
제주도의 1일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764.7t, 2012년 861.9t, 2013년 984.2t, 2014년 976.2t, 2015년 1천161.1t 등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인다.
제주도 거주 1명이 하루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제주시 1.79㎏, 서귀포시 2.14㎏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도내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 재활용품 선별시설 등은 쓰레기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도내 9개 매립장 중 제주시 서부(2017년 12월)·봉개(2018년 5월)·동부(2018년 12월)·우도(2019년 6월)와 서귀포시 색달(2019년 2월) 등 5곳이 앞으로 31개월 안에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는 쓰레기를 매립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쓰레기 배출 거점인 '클린하우스'가 24시간 개방돼 불법 무단투기가 이뤄지고 분리배출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겨나자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요일별 배출제가 도입됐다.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7월 1일부터는 배출 시간 위반행위자에게 10만원, 불법 무단투기자에게는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도내 중·대형 마트에서 종이박스 무상 제공을 중단하도록 했다. 종이박스를 접지 않고 배출해 쓰레기가 넘쳐나는 문제와 종이박스 안에 혼합쓰레기를 몰래 넣어 버리는 불법 배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 일부 시민들 "불편 강요…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정책 성공이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는 가운데 불만의 목소리도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불만 중 하나는 정해진 요일을 놓치면 1∼2주는 실내에 쓰레기를 보관해놔야 한다는 점이다. 집이나 가게가 좁으면 불편은 더 커진다.
주부 김모(31·여)씨는 "그동안 라면이나 과자봉지 같은 작은 비닐류도 잘 구분해서 분리 배출했었는데, 내놓는 요일 놓치고서 집안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게 보기 싫어서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린 적도 있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분리 배출하기는 더 불편해졌다"고 토로했다.
행정당국은 쓰레기 발생량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줄어든 쓰레기는 다 각 가정에 보관돼있다"며 여름철이 되면 쓰레기 장기 보관으로 인한 악취 등으로 불편이 더 커질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지난 6일에는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은 쓰레기 배출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발생한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시민 불편만 강요하는 요일별 배출제를 즉각 중단하고 청정 제주를 만들기 위해 자원순환형 쓰레기 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요일별 배출제 시행 이후 관광지마다 쓰레기가 굴러다녀도 누구도 치우려는 사람이 없고, 몰래 투기 또는 소각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분리가 안된 쓰레기를 넣어 배출하는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며 "낙후된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손보지 않고 시민들만 닦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아무리 배출량을 줄여도 결국 매립장은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며 "자원순환형 쓰레기 정책이 '청정' 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금요일(13일) 제주시청 인근 클린하우스에 금요일에 버리는 품목인 플라스틱류 재활용 쓰레기를 잔뜩 쌓아 '쓰레기 산'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 불편 민원, 개선 요구 '봇물'…"문제점 보완하며 추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최근 공개제안서를 내 요일별 배출제의 수정 보완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하루에 버릴 수 있는 품목이 상당 부분 제한돼 가정과 사무실, 식당, 대규모 행사, 전통 이사철(신구간) 등 많은 상황에 모두 적합하지 않다"며 "많이 배출되는 품목은 배출할 수 있는 요일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제주도로 반입되는 공산품과 가공식품 등의 포장을 간소화하도록 유도하고 사업장 쓰레기에 대한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쓰레기 감량보다는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재활용처리시설의 현대화, 거점 재활용센터 추가 구축,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작성 등도 주문했다.
행정당국 역시 시행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해나가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일부 쓰레기 종류의 넘침 현상과 영업장 보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들이 제기됨에 따라 중간집하장에 한해 재활용 쓰레기의 매일 배출을 허용키로 했다.
제주시는 일도1동 중앙지하상가·동문시장·칠성로 상점가의 경우 비닐과 종이류 수거함을, 노형동 약국 밀집지역에는 약품류 전용수거함 5곳을, 건입동 새벽시장에는 스티로폼과 종이류 수거함을 설치했다.
이도2동 학사로에는 병류 전용 수거함을, 연동 바오젠거리에도 재활용품 수거함을 설치한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요일을 한번 놓치면 일주일간 쓰레기를 집안에 쌓아놔야 한다는 불만 등 시행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은 도, 서귀포시와 협의해 개선 보완할 것"이라며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쓰레기 증가 추세를 정체시키는 효과가 나고 있는 만큼 청정 제주를 지키는 데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시장은 "제주를 찾은 관광객 1명이 쓰레기를 1개씩만 줄여도 약 1천600만개가 줄어든다"며 "관광객들의 협조도 중요한 만큼 항공기 기내방송이나 여객선 선내방송 등을 통해 쓰레기 발생량 줄이기 및 분리배출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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