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모욕적인 언사를 했더라도 전파될 가능성이 없었다면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한 이익단체 회장선거에 출마한 후보를 공연히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회원 김모(7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과거 외국에서 일한 광부 등으로 구성된 단체 감사인 김씨는 이 단체 회장선거에 출마한 A씨의 선거 참모 역할을 맡았다.
김씨는 지난해 1월 28일 회장선거 관리위원인 B씨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다른 후보 손모씨를 비방했다.
김씨는 "입만 벌리면 다 거짓말이다", "매번 물어보면 사기꾼이라 그래요 사람들이", "손씨 하면 사람들이 사기꾼으로 안다"는 등 모욕적인 말을 늘어놨다.
B씨는 김씨의 말을 몰래 녹음해 평소 우호적인 관계였던 손씨에게 전달했고, 손씨는 김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불특정·다수인에게 전파될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B씨는 같은 광부 출신으로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다. 승용차 안에는 이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또 B씨는 손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김씨의 말을 전달하거나 녹음파일을 들려주지도 않았다.
정 판사는 "B씨는 (선거 관리위원이라는) 직무뿐만 아니라 개인적 동기 때문에라도 김씨의 말을 전파하지 않으리라고 상당히 기대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김씨가 말한 정황은 본질적으로 '전화통화'와 별 차이가 없어, 공연성을 요건으로 하는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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