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군 철수·안전보장방안이 협상 최대 난제 재확인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중해 분단국 키프로스의 평화협상이 또다시 터키군 주둔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제네바에서 열린 평화회담 마지막날인 12일(현지시간) 양측은 다음 협상 일정만 합의한 후 헤어졌다.
이번 제네바 평화회담은 처음부터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정식 국가인 남쪽 키프로스공화국과 그리스 진영은 북(北)키프로스와 터키에 터키군 철수를 일관되게 요구했다.
1974년 터키군의 침공으로 분리된 북키프로스에는 터키군 약 3만5천명이 주둔 중이다.
키프로스의 요구에도 터키는 전략적 가치가 막대한 북키프로스에서 군을 완전히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터키가 주둔 병력 규모를 대폭 줄이는 데 동의하고 국제사회가 남·북의 안전을 보장하는 틀이 제시되는 선에서 양측의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제네바 회담 막판, 난제 가운데 하나인 영토조정에 양측이 거의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터키군 주둔문제도 극적 타협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결국 이번에도 터키군 주둔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이 거듭 확인됐다.
회담 종료 후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공화국 대통령은 "우리는 북키프로스에 남아 있는 3만명의 터키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원칙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니코스 코치아스 그리스 외교장관 역시 회담 직후 터키군의 주둔이 이어지는 한 키프로스의 40년 분단을 끝낼 해결책이 도출될 수 없다며 "공정한 해결책은 무엇보다 점령군의 주둔이라는 분단을 초래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TV 방송에서 "터키군을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키프로스 평화협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터키군 주둔과 안전보장방안"이라면서 "터키군 철수는 키프로스와 그리스가 협상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고, 터키 역시 전략적 자산인 키프로스에서 완전히 철군할 이유가 없기에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보수·무슬림 지지를 기반으로 한 에르도안 정권으로서도 자칫 우파 민족주의 정서를 건드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키프로스·그리스와 북키프로스·터키가 터키군 철수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다음 협상에서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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