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서 2013년 6월 첫 시행한 후 전국으로 확산
버스없는 오지마을서 운행…"병원·오일장 맘대로 가"
(전국종합=연합뉴스) "나이가 들면 병원 갈 일이 많지. 버스가 안 다녀 택시 불러 타고 다녔는데 병원비보다 택시비가 더 많이 들었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셈이니 그때는 병원 갈 엄두가 안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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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이영준(65) 이장은 '마실택시' 애용자다. 버스비도 안 되는 1천원이면 병원이나 이발소 등 읍내까지 편히 갈 수 있다.
마실택시는 2015년 1월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두서면 선필마을과 수정내마을, 언양읍 옹태마을 등 3곳만 운행하다가 반응이 좋자 작년 5월 대곡리가 추가됐다.
마실택시 같은 제도는 부산이나 인천, 제주 등 주요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에 있다.
'행복택시', '희망택시', '브라보택시', '따복택시' 등 명칭은 제각각이고 요금도 100원에서 1천300원까지 다양하지만, 농어촌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오지마을 주민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주민들이 낸 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택시비는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오지마을 주민들을 위한 저렴한 요금의 택시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충남 서천군이다. 2013년 6월 농촌 마을을 대상으로 한 희망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마을에서 읍내까지는 시내버스 기본요금인 1천100원, 면 소재지까지는 100원만 내면 된다.
2개월 뒤인 2013년 8월에는 아산시가 100원만 주면 탈 수 있는 '마중택시' 제도를 도입했다.
그 이후 경북, 전남, 경기, 충북, 경남 등지로 이 제도가 확산했다.
경북도는 10개 시·군에서 행복택시 제도를 시행 중이다. 2014년 성주와 의성에서 시행됐다가 지금은 예천, 청송, 경산, 상주, 포항, 문경, 군위, 영주가 추가됐다.
택시 요금은 상주시의 경우 1인당 100원이고, 나머지 시·군은 1천∼2천원이다.
전남도는 2014년 10월 보성에서 '100원 택시'를 운행하다가 지금은 목포를 제외한 도내 21개 시·군으로 확대했다.
고령 질환자 등에게 월 4매의 이용권을 지급하고 있는데 한 달 평균 5만명 정도가 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의 박성용(61) 이장은 "어르신 두세 분이 오일장에 가거나 병원 가는 날짜를 맞춰 이용권 1장으로 100원 택시를 탄다"며 "나들이 횟수가 많아지면서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대화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1천200원의 요금을 내면 이용 가능한 강원도의 희망택시 운행지역은 13개 시·군, 89개 마을이다. 2014년 7월 도입 직후 11만7천여명이 이용했다.
경기도는 2015년 이천·안성 등 6개 시·군과 협약을 체결, '따복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 요금은 1천∼1천500원인데, 운행 거리는 10㎞ 이내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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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관계자는 "버스가 들어가기 어려운 시골 주민이 원하는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반응이 꽤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2015년 7월부터 시내버스 요금인 1천300원으로 탈 수 있는 행복택시 제도를 도입했다. 운행지역은 11개 시·군 179개 마을인데, 내년까지 200개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루 평균 이용자는 무려 300여명에 달한다. 행복택시가 효자 노릇을 하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다.
작년 4∼5월 주민 77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8%인 756명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한 나머지 2% 주민들의 불만은 요금을 아예 없애 달라는 것이다.
경남도는 이달부터 1천200원의 요금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브라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가 다니지 않는 10개 시·군 110개 마을이 운행 대상이다.
도는 마을별로 한 달 평균 30번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마을 이장에게 지급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용 횟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을 꺼내 놓고 있는데, 도는 예산을 더 들여야 하는 만큼 상반기 운행 실적을 평가,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택시 요금 지원제도가 도입되면서 오지 마을 주민들의 교통복지는 개선됐지만, 역차별이 생겼다는 불만도 있다.
시내버스나 농어촌버스가 하루 1∼2차례 운행하는 마을은 행복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 행복택시 도입 이후 수시로 택시를 이용하는 오지 마을보다 오히려 더 고립된 '교통의 섬'이 된 모양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 지자체는 벽지노선으로 지정된 오지 마을에 행복택시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버스 업계의 반발이 심할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이라는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용객이 극히 적은 벽지노선에 행복택시를 투입하는 게 효과적인 만큼 시간을 갖고 버스 업계를 설득, 행복택시 운행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손상원, 심규석, 우영식, 이승형, 임보연, 장영은, 한종구, 황봉규 기자)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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