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검찰 5·18 전면 재조사 당시 전일빌딩 제외

입력 2017-01-15 07:59  

22년 전 검찰 5·18 전면 재조사 당시 전일빌딩 제외

'헬기 총격' 군 해명만 수용·민간인 증언 외면 계기

5월단체 "당시 전일빌딩 조사했으면 이미 진실 드러났을 것"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995년 검찰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면 재조사하며 현장조사를 했지만 당시 광주 전일빌딩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당시 조사에서 수많은 헬기 총격 증언이 있었음에도 검찰이 증거가 없다며 군 해명만을 받아들여 헬기 총격을 부인하고 재조사는 허망하게 끝나버렸다.

전일빌딩 현장 조사 누락으로 묻혀 버린 헬기 총격은 이후 20여년이 지나서야 국립수사과학원의 조사로 뒤늦게 재조명됐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검찰의 전면 재조사는 1995년 11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법제정 지시로 1차 수사의 불기소 결정을 번복하면서 이뤄졌다.

그해 12월 27일 광주에 수사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인 검찰은 광주 동구 금남로 가톨릭센터에서 옛 전남도청에 이르는 금남로 거리를 걸으며 현장조사 했다.

수사팀은 5·18 당시 도청항쟁지도부 기획위원의 안내로 항쟁지도부 상황실로 이용됐던 도청상황실도 확인·조사했다.

하지만 헬기 총격의 주요 현장으로 지목된 전일빌딩에 대해서는 내부에 진입해 현장을 살펴보지는 않았다.

수사팀이 그냥 지나친 전일빌딩과 내부 10층에는 무수한 총탄 185발의 흔적이 있었지만 현장 조사대상에서 누락되면서 묻히고 말았다.

검찰은 당시 현장 조사에 나서며 "계엄군의 헬기 기총 소사 및 피해 발생 여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조사와 수사의 초점이 정확한 피해자 수와 양민학살·암매장 규명 등으로 좁혀지면서, 헬기 기총소사 조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5월 단체들은 당시 "비극 발생 15년 후에 실시하는 현장조사가 너무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며 "불과 며칠 만에 15년 전의 상황을 모두 조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5월 단체는 34개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해 달라고 요구하며 그 중 '헬기 기총소사 규명'을 중요 의혹으로 꼽았다.

이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사격을 가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폭도의 위협에 대한 자위권 발동'이라는 신군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5월단체의 요구에도 당시 검찰은 5·18 당시 주요 규명 의혹을 10여개의 주요 사건으로 압축하면서 헬기 사격을 제외했다.

검찰은 재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초기 '헬기 기총소사' 진위를 밝히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지난번 수사(1차 수사)에서 이미 결론이 난 줄로 안다(헬기 기총소사설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는 뜻)"고 허무하게 결론 내렸다.

결국 검찰의 전면 재조사에도 5·18 이후 아무도 입주하지 않아 방치된 전일빌딩 10층의 헬기 사격 총탄 흔적은 22년을 더 어둠 속에 묻혔다.

5월 단체 관계자는 15일 "22년 전에 끝났을 일인데 엄연한 사실을 감추려고만 하니 5·18의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계속 나오는 것"이라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가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전일빌딩이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