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이기권 장관 "근로시간 단축 입법, 국회에 간곡히 호소"

입력 2017-01-15 08:45  

<신년인터뷰> 이기권 장관 "근로시간 단축 입법, 국회에 간곡히 호소"

"일자리 창출하고 일·가정 양립 문화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대·중소기업, 정규·비정규직 격차 해소가 일자리 창출 기반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입법이 꼭 필요하며, 이를 국회에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 신년 인터뷰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 중심으로 인력 운영을 하는 체계가 기업에 정착해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계 내부에서도 상위 20%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으로 기금을 만들어 하위 근로자를 돕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상생의 문화가 확산하면 국내 노동시장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 고용시장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고용 창출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보는가.

▲ 토인비는 '휴브리스' 즉 과거의 성공 방식에 의존해서는 미래의 성공을 놓친다고 얘기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잘 극복해 지금의 고용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두 위기는 외부 충격이 원인이었지만, 현재의 위기는 내부 시스템의 문제다. 고용창출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를 단축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올해 1분기 채용 계획이 지난해보다 8.8% 줄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준법 개정을 국회에 간곡히 호소한다. 올해 들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문제의 절실성에 대한 여야의 공감대도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주중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주 근로시간이 68시간이다. 이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기업 경영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 최소 15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 정치권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국회 설득 작업에 나서려고 한다. 국회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로서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들기는커녕 지난해에도 늘어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책은.

▲ 대한민국 일자리를 정규직 대 비정규직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육아를 위해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나라는 없다. 다양한 일자리 형태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정규직의 경직성을 꼽는 학자들도 있지만, '정규직의 투명화'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채용부터 평가, 승진까지 능력 중심으로 운용하는 인사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큰데,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호봉제 중심인 현재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공공부문에서 9만 명 정도의 정규직 전환을 달성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고용공시제를 보완해서 정규직을 스스로 채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는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 근로자의 규모만 발표하지만, 어떤 분야에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밝히게 하려고 한다. 중소기업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세액 공제 혜택도 늘리고, 전환 지원금도 늘린다. 특수형태업무종사자나 사내하도급근로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 노동계와의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계와의 화해 노력을 할 의향이 있는지.

▲ 노동계가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진지하게 격의 없이 대화하자고 제안을 할 생각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양대 노총 소속 근로자는 상위 20%에 속하는 근로자로, 이는 협력업체의 희생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양대 노총 소속 근로자의 임금 인상분으로 기금을 만들어 하위 근로자를 돕자는 얘기다. 아주 바람직한 모습으로, 이러한 상생의 문화가 확산할 때 국내 노동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 우리 모두의 인식에 획기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 청년 취업 애로계층이 110만명에 이르고, 수년 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난 10년간 기업의 해외투자 금액이 250조원 가량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에서 투자한 것은 96조원에 불과하다. 130만 개의 일자리가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볼 수 있다. 그 20%가 국내에 남았다면 연간 2만6천 개의 일자리가 국내에 있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50∼60%가량인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상생 교섭해야 한다. 하이닉스 사례처럼 대기업 근로자가 양보해서 중소 협력업체를 배려해야 한다. 둘째 상생 세액 공제 제도, 종합심사낙찰제 등이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 채용에 나선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도 올해 더 확대한다. 고용부뿐 아니라 여러 경제부처가 같이 나설 것이다. 셋째 올해 2만 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시 2차, 3차 협력업체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 원청업체가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만연한 야근 문화를 개선할 대책은.

▲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급적 정해진 시간 내에 퇴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육아를 위해 아빠와 엄마가 시차를 두고 출퇴근하는 제도 등 다양한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연월차 휴가 등을 반드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힘쓸 것이다. 교대제 개선 등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에 주는 장려금도 확대할 것이다. 대덕지디에스는 노사 간 양보로 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대규모 신규 채용에 합의했다. 이처럼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는 기업에 인건비 및 설비비 등 재정지원을 할 방침이다. 경제단체 등과 협력해 퇴근 후 카톡 자제 등을 홍보하는 대대적인 캠페인도 펼칠 것이다.

-- 고의적인 임금체불이나 '열정페이' 등 악덕 사업주의 행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대책은.

▲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고의적인 임금체불 사업주를 처벌할 것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체불하는 상습체불 사업주 등은 반드시 구속 수사할 것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영화관 등의 '시간 꺾기' 등 잘못된 관행도 뿌리 뽑을 것이다. 이러한 열정페이,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등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반드시 근절할 것이다. 반복해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장은 근로감독 후 즉시 사업장 이름을 공개하려고 한다. 재직 근로자도 체불하면 지연이자를 부과하려고 한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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