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쏠림 현상 개선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활성화해야"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동네 개인 병원 의사가 인근에 있는 큰 병원의 시설과 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병원제도가 10년이 넘도록 의료계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네 병·의원과 종합병원의 역할을 나눈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개원의와 대형병원이 환자를 놓고 경쟁하고, 환자는 병원을 순회하는 악순환과 낭비를 바로잡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개방병원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의 '의료비 적정화를 위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방안-개방병원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개방병원제도에 참여 신청을 한 의료기관은 2006년 502곳에서 2015년 428곳으로 줄었다.
이 중 개방병원은 같은 기간 56곳에서 67곳으로 약간 늘었지만, 개인 병원은 464곳에서 361곳으로 100곳 이상 줄었다.
또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개방병원 신청 기관 중 실제 개방진료 실적이 있었던 곳은 55%에 머물렀다.
다만 진료 건수는 2005년 1천221건에서 2009년 1천470건으로 4.7% 느는 데 그쳤다가 2014년에는 6천48건으로 2009년 이후 연평균 32.7% 증가했다.
2009년 개방병원 운영 지침이 시행되면서 개방진료를 시행한 병원 수와 진료 건수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참여 병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운영 실태는 저조하다.
개방병원들은 자원 활용도와 병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제도에 참여했지만, 개방병원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나 겸직 직원이 있는 병원 비중은 감소하고, 운영협의체 운영 실적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방진료를 위한 검사와 진료 시간 우선 배정, 개방진료 환자를 위한 차량 지원 등을 시행하는 병원 수도 줄었다.
참여 의원 입장에서도 이 제도를 활용한다는 응답은 18.6%에 그쳤다. 개방병원을 활용할 만큼 환자가 없고, 회진 등 개방병원 환자를 진료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개방병원제도는 의사의 전문성이나 의료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의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병원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2003년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 정착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던 수가 체계 정비나 의료 분쟁에 대한 규정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의료계의 관심은 낮아졌고 그대로 방치되다시피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지역 거점 병원의 의사 인력 확보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다시 드러났다며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이미 제도화된 개방병원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방병원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장 이해관계가 첨예한 수가 체계 개선과 합리적인 수익 분배율을 마련하고, 의료 사고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을 보완하는 등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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