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추진 배경 등 전반 검토…출연금엔 '제3자 뇌물' 적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이보배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난 미르재단의 이름은 여러 개의 순우리말 단어 중 최종 낙점된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 중엔 정부가 문화계 '길들이기' 목적으로 문화재단을 추진했다는 정황과도 맥이 통하는 부분이 있어 관심을 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미르재단의 이름을 결정하기 전 '혜윰'·'가온'이라는 다른 후보가 있었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진술 내용을 확인했다.
이 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여름께부터 4대 국정 기조의 하나로 정한 '문화융성'의 지원책으로 한류 확산 등 문화 사업을 위해 추진한 점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박 대통령에게서 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씨가 인사와 운영을 장악하며 깊이 개입했다.
재단의 초기 이름은 '한류문화재단'이었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26일 최씨 집을 압수수색할 때 '한류문화재단(가칭) 설립준비'라는 제목의 문건이 발견되면서 드러났다.
그러나 재단 설립 직전 '미르'·'혜윰'·'가온' 중 최종적으로 '미르'로 이름이 결정됐다.
미르는 '용'을 뜻하며, 동양권에선 '왕'을 상징하기도 한다.
'혜윰'은 '생각하다'의 옛말인 '혜다'의 명사형으로 '생각'을 의미한다. '가온'은 '중심'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알려진 단어다.
설립 취지를 비교적 중립적·직관적으로 반영한 '한류문화재단'에 비해 이후 등장한 이름은 다소 추상적이다. 우리말이면서 영적인,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말이라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생각', '중심' 등의 단어가 거론된 것은 수사 등에서 드러난 재단의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13일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서 검찰은 재단 설립 목적이 "언론, 체육과 문화에 좌파 인사가 많아서 문화, 체육 재단 설립을 주도해 정부 입맛대로 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문자메시지에도 이런 정황이 담겼다. 영화계 등 특정 인사가 '우리 쪽 사람'으로 표현되거나 '좌파 영화그룹과 관료그룹'이라는 말이 나와 '좌파 인사'에 대한 반감이 드러났다.
결국, 문화계의 '좌파 성향'이 문제라는 판단에 정부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단법인을 세워 '정돈'하려는 의도가 이름 후보에도 나타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씨는 최종적으로 재단 이름을 '미르'로 정해 박 대통령 측에 전달했고,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나타났다.
특검팀은 재단의 명칭 선정을 비롯해 정확한 성격과 운영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재단 출연금의 '뇌물' 여부도 규명할 방침이다.
출범 당시부터 박영수 특검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운영이나 모금을 '원점'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기업 수사를 이어가는 특검팀은 출연금을 뇌물로 의심해 제3자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으나 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낸 것이 단순히 '강요'에 의한 것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게 특검이 의심하는 부분이다.
금품이 건네진 대상이 박 대통령 본인이나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최씨 등이 아니라 재단법인인 만큼 제3자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통령 측은 재단이 이익의 귀속 주체여서 뇌물죄 적용이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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