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소비증가 효과는 줄어…부채 증가세 억제해야"
실증분석 보고서 통해 1천300조 가계빚 경고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014년 하반기부터 가계부채가 급증세를 보인 이후로 한은이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강종구 미시제도연구실장은 15일 '가계부채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 실장은 2000년 1분기부터 2015년 4분기까지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실질소비 증가율 등의 변수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유량효과(flow effect)'와 '저량효과(stock effect)'로 나눠 분석했다.
유량효과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과를 말한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소비에 쓰고 집 등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경제 전체의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저량효과는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로, 가계의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 등이 소비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것을 가리킨다.
가계부채의 유량효과와 저량효과의 영향력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 유량효과는 경제성장과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만 효과가 2000년대 초반 이후 대체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량효과 기여도를 보면 음(-)의 값이 지속해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14개국 패널자료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보고서는 "유량효과와 저량효과 분석을 종합한 결과는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만 가계부채 누적에 따른 저량효과로 인해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가계부채의 부정적 효과가 커진 것은 GDP 대비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작년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나 된다.
보고서는 "최근 가계부채 누적으로 소비와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저량효과의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자산투자 목적의 대출 증가를 줄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1천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가계 빚은 최근 2년 넘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년 9월 말 현재 1천295조8천억원으로 1년 사이 130조9천억원(11.2%) 늘었다.
작년 4분기(10∼12월)에도 은행의 가계대출만 약 19조8천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급증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가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추면서 "민간소비는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 미흡,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1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가계부채가 소비증가율을 0.6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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