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선거서 대의원 23명 과반 12표 이상 얻어야 당선
시·도민 구단 vs 축구협회+현대가(家) 표 향방에 달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쓴소리' 신문선(59) 전 성남FC 대표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16일 오후 3시 30분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제11대 총재를 선출한다.
현 권오갑 총재가 연임하지 않기로 하면서 공모 절차를 거쳐 단독 출마한 신문선 후보를 대상으로 대의원 찬반 투표를 시행할 예정이다.
신 후보는 대의원 23명 중 과반수 출석에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총재에 당선된다. 대의원 전원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최소 12표를 확보해야 총재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원래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및 챌린지(2부) 10개 구단 대표자와 대한축구협회 2명, 권오갑 총재 등 총 25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됐지만, 챌린지 신생팀 아산은 투표권이 없고, 권 총재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기로 해 2표가 줄었다.
관심은 신 후보가 과반인 12표를 얻을 수 있느냐에 쏠린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주말을 이용해 막바지 득표 활동을 벌이는 신 후보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 후보는 "구단들에 비전을 밝힐 공청회가 원천 봉쇄돼 선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의원들이 30년 동안 쓴소리를 해왔던 내 의견에 동조해줘 힘을 얻었다"며 "선거 당일 정견 발표로 부동표를 움직이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 이후 연맹의 솜방망이 처리로 리그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프로축구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며 "개혁을 통한 변화 주장에 호응이 좋아 당선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 기업 구단보다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가졌던 시·도민 구단들을 중심으로 변화 열망이 크다는 게 신 후보의 설명이다.
신 후보는 자신이 지난 2004년 시민구단인 성남FC 대표를 지냈던 점을 활용해 자치단체 구단들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투표권이 있는 21개 구단 중 기업체 구단 9개와 군(軍)팀인 상주 상무를 제외한 11개 구단이 시ㆍ도 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시·도민 구단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편 상주와 일부 기업체 구단의 이탈표까지 유도한다면 총재 당선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문제는 신 후보가 자신의 K리그 개혁 방안과 재정 확보 대책으로 어느 정도 대의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다.
모 도민 구단 대표는 "선거 당일 정견 발표를 듣고 궁금한 부분을 질문한 뒤 'K리그 발전을 구체화할 실천력'을 보고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의 당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많다.
우선 기업 구단 중에는 신 후보의 재정 확보 능력과 수장 후보로서의 위상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모 기업 구단 관계자는 "프로축구 전체 리그의 권위가 떨어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지만 대부분 선언일 뿐 구체적인 계획이나 조직이 없는 게 약점"이라며 "시ㆍ도민 구단의 일부 호응을 끌어내더라도 당락을 좌우할 정도의 많은 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당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아울러 대기업 구단주들이 단골로 맡아왔던 총재가 되기까지 진입장벽도 만만치 않다.
신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해 낙선하면 정관 규정상 현 권오갑 총재가 '후임 총재가 취임할 때까지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사실상 신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권 총재와 결선 투표를 치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지난 2013년 총재로 취임한 권 총재가 K리그 클래식-챌린지 승강제를 정착시킨 데다 자신이 사장을 맡았던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타이틀 스폰서로 35억원 상당을 지원했던 만큼 '권 총재 유임 기대 효과'가 신 후보의 보이지 않는 경쟁자인 셈이다.
이와 함께 전북 현대 등 현대가(家) 구단 3표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대한축구협회의 2표는 '반(反) 신문선 표'로 분류돼 5표를 접고 시작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이다.
단독후보인 신 후보가 여러 불리한 조건을 딛고 당선돼 개혁에 나서는 총재로 연맹에 입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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